2025/08 23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한 땀 한 땀, 맞춤 구두를 만드는 수제 가죽구두 장인

서울 충무로 뒷골목. 화려한 상점가 사이에 자리 잡은 허름한 간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 수제 구두방’. 작은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면 진한 가죽 냄새와 광택제 향이 뒤섞인 공방 특유의 공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구두가 가지런히 놓인 진열대 뒤편에는 오래된 작업대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위에는 송곳, 바늘, 망치, 실이 정리돼 있다. 이곳의 주인공은 72세의 김상호(가명) 장인. 그는 반세기 넘게 오직 수제 가죽구두 하나만을 만들며 살아온 장인이다. “구두는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인생을 함께 걷는 친구 같은 존재죠.” 그의 말에서 이미 구두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묻어난다. 구두 장인의 아침, 가죽을 고르는 순간 장인의 하루는 시작된다김 장인의 하루는 새벽 일찍, 시장에서 가죽을 살..

장인의 하루 07:17:17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사라져가는 유기 공예, 놋그릇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인

서울 종로의 한 좁은 골목길 끝. 오래된 간판에 ‘○○유기방’이라 적힌 작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놋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의 주인공은 최영호(가명, 68세) 장인이다. 그는 40년 넘게 유기(鍮器) 제작에 몰두해 온 사람으로, 우리 전통 제기와 밥상 문화를 지켜온 숨은 고수다. 그의 하루는 쇳덩이를 불에 달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직 어둑한 새벽, 장인의 공방에는 벌겋게 달아오른 불꽃과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쇠는 불과 망치 앞에서만 본래의 성질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도 이 과정을 빼먹을 수 없어요.” 최 장인은 담담히 말한다. 불꽃 속에서 깨어나는 쇳덩로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유기 제작의 시작은 쇳덩이를 불에 달구는 일이다. 최 장인은 구리와 주석을 일정한 ..

장인의 하루 2025.08.22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나무에 소리를 새기는 전통 가야금 제작 장인

전남 담양의 한 목공방에서는 맑고 은은한 현악기의 울림이 새어 나온다. 이곳에서 박성우(가명, 57세) 장인은 30년 넘게 전통 가야금을 제작해왔다. 그의 손끝에서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소리를 품은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가야금은 나무와 줄이 어울려 울리는 소리입니다. 나무가 살아 있어야 줄도 노래를 합니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 고르는 안목으로 시작된다가야금 제작의 시작은 나무 선택이다. 보통 밤나무나 오동나무를 사용한다. 박 장인은 직접 산에 올라 나무의 나이와 결을 확인한다. 특히, 오동나무는 너무 무르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아야 좋은 울림을 낸다.그는 “나무는 사람처럼 제각각 성격이 다르다. 그 성격을 알아야 좋은 악기가 된다”라고 말한다. 형태와 울림을 조율하는 장인의 하루선택된 나..

장인의 하루 2025.08.2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붓끝에 혼을 담는 전통 서예 장인

서울 종로의 오래된 한옥 마을, 잉크 냄새와 함께 고요한 붓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곳의 주인공 윤도현(가명, 63세) 장인은 40년 넘게 서예에 몰두해 온 인물이다. 그의 하루는 새벽, 벼루에 먹을 갈아 올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검은 먹빛이 은은히 번지며, 그는 하루의 첫 호흡을 맞춘다. “서예는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담는 예술입니다.” 윤 장인은 말한다. 먹을 갈며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서예의 첫 과정은 먹을 가는 일이다. 윤 장인은 천천히 돌벼루 위에 먹을 문지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는 말한다. “먹을 갈지 않고 붓을 드는 것은 마음을 준비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에게 먹 갈이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명상과도 같은 과정이다.그는 아침마다 제자들에게 “급히 쓰려 하지 말라. 붓..

장인의 하루 2025.08.20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철로 예술을 만드는 대장간 장인

경북 예천의 한 시골 마을, 언덕 아래 자리한 오래된 대장간에서는 여전히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쇠를 달구는 풀무질 소리, 망치가 쇠를 두드리는 청아한 리듬이 이 마을의 아침을 깨운다. 이곳의 주인인 최영만(가명, 68세) 장인은 45년 넘게 대장간 불을 지켜온 장인이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단순히 농기구나 도구가 아니다. 그는 쇠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속에 예술적인 감각을 담는다. “쇠는 뜨겁게 달궜을 때만 말을 합니다. 차갑게 식으면 다시는 변하지 않죠. 사람 마음도 그와 비슷합니다.” 최 장인의 이 말은, 그의 인생과 작업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장인의 하루는 불과 함께 시작되는 하루이다최 장인의 하루는 새벽 해가 떠오르기도 전, 대장간의 불을 지피는 것에서 시작된다. 풀무를 당기며..

장인의 하루 2025.08.19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한 땀의 정성, 전통 한복 장인

경복궁 인근의 한 한복집. 진열장에는 고운 비단으로 지어진 한복이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난다. 이곳의 주인 김혜림(가명, 60세) 장인은 35년째 전통 한복을 지어왔다. 그녀의 손끝에서는 고운 색과 정성이 어우러져 옛 멋이 살아난다.그녀는 말한다. “한복은 입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원단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는 장인의 하루한복 제작의 시작은 원단 선택이다. 김 장인은 계절과 행사에 맞춰 색과 질감을 고른다. 여름에는 얇은 모시, 겨울에는 따뜻한 명주나 진주사로 제작한다.그녀는 고객의 피부 톤과 성격까지 고려해 색을 추천한다. “한복은 사람의 기운과 어울려야 빛이 납니다.” 장인의 하루는 재단의 섬세함이 묻어 있다비단은 미끄럽고 얇아 재단이 어렵다. 김 장인은 전통 ..

장인의 하루 2025.08.18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나무 속에 새기는 시간, 목공예 장인

전북 완주의 한 마을, 나무 냄새와 함께 나지막한 대패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정민호(가명, 55세) 장인은 30년 넘게 목공예를 해왔다. 그의 작업대에는 다양한 크기의 끌과 망치, 대패가 놓여 있고, 벽면에는 완성된 가구와 소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그는 말한다. “나무는 사람과 함께 늙습니다. 그 과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제 일이죠.” 나무를 고르는 눈이 있는 장인의 하루목공예의 시작은 나무 선택에서 결정된다. 정 장인은 나이테와 색, 결을 꼼꼼히 살핀다. 그는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참나무를 즐겨 쓴다.한 번은 고객이 할아버지가 쓰시던 책상을 복원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기존 나무와 최대한 비슷한 결과 색을 가진 참나무를 찾아 3일 동안 가공했다. 장인의 하루는 형태를 만드는 손길이..

장인의 하루 2025.08.17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유리 공예 장인

인천 송월동의 한 골목, 낮 햇살이 유리창을 통과하며 작업실 안에 무수한 색의 조각을 흩뿌린다. 이곳에서 박서진(가명, 52세) 장인은 25년간 스테인드글라스와 유리 공예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업실 한쪽에는 색색의 유리 조각이 산처럼 쌓여 있고, 반대편에는 완성된 유리 작품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그는 말한다. “유리는 빛을 만나야 비로소 살아납니다. 빛이 없으면 그저 투명한 조각일 뿐이죠.” 장인의 하루는 유리의 색을 고르는 순간에서 시작된다유리 공예의 첫 과정은 색을 고르는 일이다. 같은 빨강이라도 빛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박 장인은 주문을 받은 후, 고객이 작품을 설치할 장소와 조명을 직접 확인한다. 그런 뒤, 가장 어울리는 색 조합을 설계한다.그는 한 교회의 창문 작업..

장인의 하루 2025.08.16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다, 고서 복원 장인

대구의 한 조용한 골목,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이 냄새와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여기서 한정우(가명, 61세) 장인은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 된 책을 복원한다. 찢어진 표지, 곰팡이가 핀 종이, 색이 바랜 글씨… 모두 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다.그는 말한다. “책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시대의 목소리입니다.” 종이의 나이를 읽는 장인의 하루복원 작업은 책의 연대와 종이 상태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오래된 종이는 습기와 햇빛에 약하고, 잘못 다루면 쉽게 부서진다. 한 장인은 장갑을 끼고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상태를 기록한다.한 번은 19세기 초의 한문 고서를 복원했다. 표지는 갈라지고, 내부 페이지는 가장자리가 바스러지고 있었다. 그는 같은 질감의 전통 한지로 페이지를 보..

장인의 하루 2025.08.15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손끝에서 피어나는 종이꽃, 종이 공예 장인

서울 은평구의 한 오래된 작업실. 창문 너머로는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실내에는 다채로운 색감의 종이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종이에서 향이 날 리 없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은은한 꽃 향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소연(가명, 48세) 장인은 20년 넘게 종이로 꽃과 식물을 만들어왔다. 결혼식 부케, 병원 환자들을 위한 꽃다발, 기념일 선물까지 모두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다.그녀는 말한다. “진짜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지만, 종이꽃은 기억 속에서 영원히 피어있죠.” 종이의 결을 읽는 장인의 하루종이꽃 제작은 종이를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종이의 두께, 질감, 색이 꽃의 생김새와 질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장인은 같은 장미라도 계절에 따라 종이 색을 다르게 선택한다. 봄 장미는 연분홍빛, 가을 장미는..

장인의 하루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