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의 오래된 골목 한편,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진 공방이 있다. 간판에는 ‘사진 복원·필름 스캔 전문’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적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특유의 필름 냄새가 스민다. 이곳의 주인장 정민호(가명, 58세) 장인은 35년 동안 빛바랜 사진과 상처 난 필름을 되살리는 일을 해왔다. 그의 손길을 거치면 색을 잃어버린 흑백사진이 다시 생기를 되찾고, 긁힘과 곰팡이로 가득 찬 필름이 과거의 숨결을 품은 채 화면 속에 살아난다.그는 말한다. “사진은 과거를 담은 창이에요. 그 창이 흐릿해지면, 그 안의 기억도 사라지죠. 제 일은 그 창을 닦아주는 겁니다.” 먼지와 곰팡이를 지우는 섬세한 손길이 숨어 있는 장인의 하루정 장인의 하루는 아주 작은 붓과 부드러운 극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