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은 단순히 사냥과 전쟁의 도구가 아니었다. 활은 인간의 의지를 담아내는 매개였으며, 동양에서는 정신 수양의 상징이자 무예의 근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총기와 현대 무기가 자리를 대신하자 활은 점점 잊혀 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는 전통 활을 손수 제작하며 수백 년의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들이 존재한다. 충북 제천에서 만난 박선규(가명, 72세) 장인은 반세기 넘게 활을 빚어온 인물이다.

그는 “활은 단순히 나무와 뿔을 묶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호흡과 정신을 담는 도구”라며, 활이 가진 깊은 세계를 들려주었다.
장인의 활은 나무와 뿔이 만나 활의 골격을 이룬다 이렇게 장인의 하루는 시작된다
박 장인의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고르는 일로 시작된다. 활의 중심에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나무가 필요하다. 흔히 박달나무, 뽕나무가 쓰이는데, 그중에서도 결이 곧고 나이테가 고르게 자란 나무만이 선택된다. 그는 “나무는 사람과 똑같습니다. 고르고 나면 몇 년을 말려야 제 성질이 잡히죠”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소뿔과 물소의 힘줄이 결합되어 활의 강인한 탄력을 만든다. 나무, 뿔, 힘줄, 옻칠이라는 네 가지 재료가 만나야 비로소 하나의 활이 완성되는 것이다.
장인의 하루는 수십 번의 손길, 인내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나무를 다듬고 뿔을 붙이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수분을 맞추고 온도를 조절하며 접착하는 일은 수개월에 걸쳐 이뤄진다. 조금이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활은 휘어지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박 장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 활을 펴고 당기며 힘의 균형을 점검한다. “활은 조급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기다림과 인내 없이는 절대 완성되지 않죠.”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자국과 화상 자국이 남아 있지만, 그 흔적은 곧 장인의 시간과 노고의 기록이었다.
활이 담는 정신과 미학이 깃들어 있는 장인의 하루
완성된 활은 단순히 무기의 차원을 넘어선다. 활의 곡선은 마치 자연의 곡선을 닮아 부드럽지만, 그 안에 숨겨진 긴장은 화살을 날려 보낼 힘을 품고 있다. 박 장인은 “활은 쏘는 순간보다, 활을 당기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자세, 호흡, 마음가짐이 어긋나면 화살도 빗나가죠.”라며 활쏘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마음의 수양으로 보았다. 그의 공방에는 완성된 활뿐 아니라 전통 활쏘기를 배우러 오는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활을 통해 집중력과 인내심을 배우고 있었다.
장인의 하루는 전통 활의 오늘과 내일이다
요즘 박 장인의 활은 외국인 관광객과 연구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전통 유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도구로서 활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는 활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전통을 알리고 있다. “활은 시대에 맞춰 사라지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에 더 필요한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활은 이제 과거의 무기가 아니라 미래 세대가 지켜야 할 정신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 활 장인 박선규, 나무와 뿔, 힘줄과 옻칠로 수개월의 기다림 끝에 활을 완성하며, 무기의 차원을 넘어 정신 수양과 미학을 담아내는 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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