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시간이 지나면 노랗게 변색되고, 접힌 모서리는 찢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낡은 책 한 권이 삶을 바꿨던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 서울 성북구 성균관대 근처의 한 복합문화공간 지하, 종이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책 공방에서 장지은(가명, 61세) 장인은 고서를 복원한다. 그녀는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한 뒤 개인 공방을 운영하며 30년 이상 고서 복원에 전념해 온 책 복원 전문가다.장 장인은 말한다. “책도 사람이랑 같아요. 오래되면 아프고 찢어지고, 그래서 손길이 필요해요.” 장인의 하루는 종이의 결을 기억하는 손이 있다책 복원은 단순한 접착이나 제본이 아니다. 찢어진 페이지, 삭은 책 등, 떨어져 나간 표지를 되살리는 일이다. 장 장인은 먼저 종이의 성질부터 파악한다. 일제강점기 이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