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갈수록 대나무 숲은 더 고요해지고, 바람이 불면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나무는 단순한 식물에 불과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대나무는 곧 삶의 재료이자 예술의 원천이다. 충청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생을 대나무와 함께 살아온 박재윤(가명, 72세) 장인은 손끝으로 대나무를 쪼개고 엮으며 수십 년간 일상의 도구와 예술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공방에는 바구니, 소쿠리, 차판, 발, 심지어 조명 갓까지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생활 용품이 가득하다. 박 장인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대나무는 사람처럼 살아 있어요. 결이 있고, 호흡이 있죠. 억지로 다루면 금방 부러지지만, 결을 따라가면 제 손길에 순응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대나무의 목소리를 먼저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