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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일본 칠기 장인 – 옻칠에 담긴 자연의 시간

나무에 옻칠을 하면 그것은 단순한 목재가 아니라 수백 년을 버티는 예술품이 된다. 일본의 전통 칠기(漆器)는 그 자체로 자연과 인간의 협업이며, 오랜 시간이 만든 빛을 품은 생활의 예술이다. 반짝이는 붉은 칠기 그릇, 검은 옻칠의 깊은 광택, 그리고 금가루로 장식한 마키에(蒔絵)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일본인의 심미안을 대표한다.하지만 옻칠은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은 독성을 지니고 있어 작업자가 피부에 닿으면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또 칠이 제대로 건조되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며, 한 번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야만 원하는 광택과 내구성이 나온다.오늘은 이 복잡하고 고된 과정을 평생의 길로 삼은 니시무라 아키라(가명) 장인의 하루를 ..

장인의 하루 2025.10.04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일본 와시(和紙) 장인 – 천년을 버티는 종이의 비밀

종이는 인간의 지혜가 가장 잘 응축된 발명품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종이는 기계로 대량 생산되며, 수명이 길어야 수십 년 남짓이다. 그에 비해 일본의 전통 종이, **와시(和紙)**는 천 년을 버틴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나라현의 쇼소인(正倉院)에 보관된 8세기 문서들이 아직도 선명한 글씨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은 와시의 놀라운 내구성을 증명한다.와시는 단순히 기록을 위한 매체가 아니라 일본 미학과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이다. 손으로 한 장 한 장 뜬 종이는 숨을 쉬듯 자연스럽고, 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투명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값싼 산업용 종이에 밀려, 와시를 만드는 장인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오늘은 일본 시마네현 깊은 산골 마을에서 와시 제작을 이..

장인의 하루 2025.10.03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일본 전통 칼 장인 – 사카이에서 이어진 600년의 날

칼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을 담는 상징적인 존재다. 일본에서 칼은 전쟁의 무기이자 동시에 요리의 도구로 발전해 왔다. 무사 시대에는 사무라이의 혼으로 불리던 일본도(日本刀)가 그 상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의 주방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두 가지 길 모두를 지탱해 온 뿌리에는 ‘장인’이 있다. 그들은 불과 쇠, 그리고 끝없는 인내로 강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특히 오사카 인근의 사카이(堺) 지역은 600년 넘게 칼 제작의 중심지로 자리잡아왔다. 사카이는 원래 해상 교역의 도시였고, 다양한 기술과 문화가 모이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칼 장인들은 세대를 이어가며 일본 칼의 명맥을 유지했다.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칼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셰프와 장인들의 손에 쥐어..

장인의 하루 2025.10.02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일본 전통 사케통 제작 장인 – 나무와 향으로 빚은 술의 혼

일본의 전통 술, 사케(日本酒)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일본인의 삶과 철학을 담은 문화의 결정체이며,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장인의 손끝에서 빚어진 예술이다. 많은 이들이 사케의 맛을 양조 기술에서 찾지만, 사실 그 뒤에는 또 다른 장인의 세계가 숨겨져 있다. 바로 사케를 담아내는 전통 사케통(木桶, 키오케) 제작 장인들이다.키오케는 단순히 술을 담는 나무 통이 아니다. 그 나무통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향과 숨결은 술의 맛을 바꾸고, 술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오늘날 스테인리스 탱크와 산업화된 양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전통 나무통을 만드는 장인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서도 손으로 사케통을 제작할 수 있는 장인은 이제 전국에 몇 명 남지 않았다.오늘은 일본 교토의 한..

장인의 하루 2025.10.0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한국의 장인을 넘어, 세계의 장인을 만나다

“장인의 하루”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만난 장인들의 삶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했다. 100여 편에 달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오면서, 우리는 전통을 지켜온 손끝의 땀과, 흔히 잊혀져가는 기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 옹기 장인, 경북의 목판화 장인, 종묘 제례악 악기 장인, 그리고 옻칠, 은세공, 칠보 등 수많은 장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한국이라는 나라가 품고 있는 정신적 자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그러나 이 글을 이어가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장인의 삶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 장인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어떤 나라에서든 오랜 세월을 거쳐 전승된 기술과 문화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를 이어가는 사람들..

장인의 하루 2025.09.30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은세공 장인 – 불꽃 속에서 태어난 은빛 예술

은은 예로부터 ‘달의 금속’이라 불리며, 인간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재료였다. 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특유의 색감 때문에, 고대인들은 은을 신성한 존재와 연결 지었다. 한국에서도 은은 단순히 장신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의 일부이자 의례와 정신세계의 일부로 자리 잡아 왔다. 조선시대에는 혼수품으로 은 장신구가 필수였고, 은으로 만든 은장도는 여인들의 정절과 기개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기계로 찍어낸 대량생산 장신구들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전통 은세공의 자리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이런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은을 불꽃에 녹여내고 망치로 두드려 작품을 빚어내는 장인이 있다. 서울 종로의 오래된 골목 한편에서 공방을 지켜온 김태훈(가명) 장인이다. 그는 50년 넘게..

장인의 하루 2025.09.29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칠보 공예 장인 – 불 위에서 꽃피는 유리빛서론

전통 공예는 시간과 손끝이 만든 예술이다. 그중에서도 ‘칠보(七寶) 공예’는 불과 금속, 유리 가루가 만나 빛과 색을 창조하는 예술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섬세한 기법이다. 불 위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칠보의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장인의 혼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칠보는 점차 잊혀져가는 공예 중 하나다. 오늘은 서울 종로의 작은 공방에서 칠보의 불꽃을 지켜가는 이도현(가명) 장인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장인의 하루는 불과 색, 칠보의 시작이다이 장인의 하루는 금속판을 다듬는 것으로 시작된다. 칠보의 바탕이 되는 구리판이나 은판 위에 유리 분말을 올리고,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야 비로소 칠보 특유의 유려한 빛이 살아난다. 그는 “칠보는 색을 그리는 게 아니라, 불로..

장인의 하루 2025.09.28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도검 장인 – 고려의 검에서 세계 명검까지, 불과 쇠의 미학

도검(刀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은 권위와 정신, 그리고 기술의 상징이었다. 한국에서도 삼국시대부터 도검 제작이 발달했으며, 고려와 조선의 검은 전쟁뿐 아니라 의식과 권위의 상징으로 쓰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총기의 등장으로 도검은 일상에서 사라졌다. 오늘날 도검은 문화재, 무예, 수집품으로만 남아 있다.경북 안동의 작은 대장간에서 만난 장경호(가명) 장인은 50년간 검을 제작해 온 장인이다. 그의 하루는 불길 속에서 쇠를 두드리며, 고려와 조선의 기술을 되살리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장인의 하루는 불과 쇠, 도검의 시작이다장인의 하루는 불을 지피는 일로 시작된다. 그는 철을 불에 달구어 망치로 수백 번 두드린다. 두드리고 접고, 또 두드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쇠 속의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장인의 하루 2025.09.27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현악기 장인 – 해금과 바이올린, 세계적 울림을 만드는 손길

두 줄로 이루어진 해금은 한국의 대표적 전통 현악기다. 단순한 구조지만, 그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를 닮아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러나 해금은 쉽게 제작되지 않는다. 대나무, 쇠줄, 말총 등 다양한 재료가 정교하게 어우러져야 한다.서울 낙원동의 한 작은 공방에서 만난 이정민(가명) 장인은 35년간 해금을 만들어온 장인이다.그의 하루는 나무와 줄, 그리고 울림을 완성하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장인의 하루는 해금 제작의 시작이다해금의 몸체는 대나무와 나무로 이루어진다. 장인은 먼저 건조된 나무를 고르고, 대나무를 깎아 몸통을 만든다. 여기에 쇠줄을 걸고, 활에는 말총을 붙인다.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뤄지며, 조금의 균형이 어긋나면 소리가 달라진다.이 장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 줄을 고르며 최적의 소리를 찾아낸다. ..

장인의 하루 2025.09.26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가구 장인 – 소반과 현대 인테리어, 북유럽 미니멀리즘과의 대화

소반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가구였다. 아침마다 밥상을 차리고, 제사에는 조상을 모시던 그 소박한 나무 상. 하지만 그 속에는 장인의 기술과 철학이 숨어 있었다. 소반은 단순히 밥을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상징이었다.전남 나주의 작은 작업실에서 만난 박철수(가명) 장인은 50년 넘게 소반과 전통 가구를 만들어온 장인이다. 그의 하루는 나무 냄새와 톱밥 속에서 흘러가지만, 그가 빚어내는 가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손끝의 조화로 이어진다소반은 주로 소나무나 오동나무로 만든다. 나무를 고르는 눈썰미부터가 중요하다. 박 장인은 나뭇결의 방향, 나이테의 모양까지 고려해 어떤 부분을 어디에 쓸지 결정한다.그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

장인의 하루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