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라디오는 추억 속 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소리가 어린 시절의 유일한 친구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다세대 건물 지하. 고전적인 튜닝 소리와 진공관의 불빛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이석진(가명, 64세) 장인은 고장 난 라디오를 수리한다. 그는 전자기기 수리 경력 40년, 빈티지 오디오와 라디오 복원만 전문으로 해온 전자 수리 장인이다.그는 말한다. “요즘 기계는 소리를 내지만, 옛 라디오는 감정을 전해요. 그걸 살리는 게 내 일이죠.” 삐걱대는 소리 속에 숨은 사연이 담긴 장인의 하루라디오 수리는 외형만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부 회로, 진공관, 스피커 콘 등 수십 년 묵은 부품들을 살펴야 한다. 이석진 장인은 납땜 냄새 가득한 작업대에서 고장 원인을 짚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