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의 한 좁은 골목길 끝. 오래된 간판에 ‘○○유기방’이라 적힌 작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놋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의 주인공은 최영호(가명, 68세) 장인이다. 그는 40년 넘게 유기(鍮器) 제작에 몰두해 온 사람으로, 우리 전통 제기와 밥상 문화를 지켜온 숨은 고수다. 그의 하루는 쇳덩이를 불에 달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직 어둑한 새벽, 장인의 공방에는 벌겋게 달아오른 불꽃과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쇠는 불과 망치 앞에서만 본래의 성질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도 이 과정을 빼먹을 수 없어요.” 최 장인은 담담히 말한다. 불꽃 속에서 깨어나는 쇳덩로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유기 제작의 시작은 쇳덩이를 불에 달구는 일이다. 최 장인은 구리와 주석을 일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