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LED 간판이 도시를 뒤덮은 요즘, 골목 어귀에 남겨진 손글씨 간판은 더없이 정겹다. 그것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한 가게의 역사이며 시대의 흔적이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골목, 복고풍 상가 사이에 자리한 조그마한 공방에서 홍석민(가명, 62세) 장인은 종이 간판과 나무 간판을 수작업으로 복원하는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말한다. “간판은 한 가게의 얼굴이에요. 그래서 이걸 되살리는 건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그리는 일이죠.” 장인의 하루 간판 복원은 글씨부터 시작된다홍석민 장인은 먼저 글씨체를 분석한다. 복원 의뢰를 받으면, 오래된 간판 사진이나 실제 조각을 바탕으로 손글씨를 그대로 살려낸다. “디지털 폰트로는 안 되는 곡선이 있어요. 손글씨는, 손의 떨림까지 그 사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