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대패를 드는 사나이의 이유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톱 대신 마우스를 쥐고, 나무 대신 화면을 다듬는다.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시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손끝 감각으로 삶을 표현하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한적한 골목 끝, 그 변화와는 거리를 둔 채 오늘도 대패를 손에 쥐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기계의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각을 지닌 장인이다.서울 북쪽 끝자락, 조용한 주택가 골목 안에 오래된 공방이 있다. 외관만 보면 버려진 창고 같지만,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나무 향과 쓱쓱 울리는 대패 소리가 이 공간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곳은 김진호(가명) 목수가 53년 동안 나무와 함께 호흡해 온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