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그리는 장인의 하루, 땅에서 바람을 기다리다연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어린 시절. 겨울바람이 불면 동네 골목과 논두렁엔 알록달록한 연이 하늘을 수놓았고, 그 끈을 잡은 아이들의 눈엔 설렘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제 연은 더 이상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다. 사라진 전통이자, 누군가의 손끝에서만 간신히 이어지는 기술이다.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오래된 한옥 작업실에서 노영만(가명, 73세) 장인은 오늘도 종이와 대나무를 손에 쥐고 연을 만들고 있다. 그는 45년 넘게 전통 연 제작에 삶을 바쳐온 장인이다.노 장인은 말한다. “하늘에 연을 띄우는 건 바람만으로는 안 돼요. 땅에서 만들어야 떠요. 손끝에서 바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땅에서 시작해 하늘로 이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