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씨는 사라져도 기운은 남는 장인의 하루건물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현판(懸板)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다. 그 속엔 장소의 역사, 철학, 가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오래된 현판은 바람과 비에 닳아 글씨가 흐려지고 나무가 썩어가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인근의 조용한 한옥 공방에서 이무석(가명, 70세) 씨는 오늘도 닳은 현판 위에 붓을 들고 있다. 그는 서예를 전공하고 45년간 현판 복원만을 전문으로 해온 장인이다.이 장인은 말한다. “현판은 글씨를 남기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기운을 새기는 거예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사라져 가는 한자의 획마다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일로 흘러간다. 서체 하나에도 장소의 성격이 담기는 장인의 하루현판 복원 작업은 단순히 글씨를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다. 먼저 서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