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의 하루는 찢어진 책 속에도 시간이 흐른다책은 사람의 기억과 지식을 담는 매개체다. 하지만 오래된 책은 찢어지고, 페이지가 떨어지고, 표지가 낡아간다. 대부분 사람들은 새 책을 사지만, 누군가는 그 책을 다시 엮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서울 중구 필동 골목의 작은 작업실, 그곳에서 황영길(가명, 69세) 씨는 오늘도 조용히 실을 들고 책을 엮고 있다. 그는 45년 넘게 고서와 낡은 책을 제본·복원해 온 장인이다.황 장인은 말한다. “책은 한 사람의 역사예요. 다시 엮어주면, 그 사람의 시간도 다시 흘러가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오래된 책들을 손으로 다시 묶고, 찢어진 페이지를 살리고, 다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일로 채워진다. 책 한 권에도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장인의 하루제본 작업은 단순히 접착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