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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LP판의 소리를 되살리는 아날로그 음향 장인

서울 낙원상가 인근, 오래된 건물 2층에 들어서면 희미하게 들려오는 바늘 긁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나무 향이 풍겨온다. 그곳은 김세환(가명, 64세) 장인의 아날로그 음향 복원 작업실이다. 벽 한쪽에는 수십 장의 LP판과 턴테이블이 정리돼 있고, 반대편에는 고운 솔과 세척액, 미세한 나사드라이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김 장인은 40년 가까이 빛바랜 LP판 속 음악을 되살려 왔다.그는 말한다. “음악은 소리로 기억되는 추억이죠. 그 소리를 되찾아주는 게 제 일입니다.” 장인의 하루는 먼지를 걷어내는 첫 손길에서 시작된다LP판 복원의 첫 단계는 표면 세척이다. 세월이 쌓인 먼지와 곰팡이는 소리를 탁하게 만들고, 바늘이 튀게 한다. 김 장인은 손바닥보다 작은 부드러운 붓으로 홈 사이사이 먼지를 털어낸 뒤, ..

장인의 하루 2025.08.13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찢어진 가죽 가방을 되살리는 가죽 수선 장인

서울 성수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가죽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작은 작업실이 있다. 창문 너머로는 오래된 재봉틀, 색이 바랜 가죽 조각들, 다양한 색의 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의 주인장 박하준(가명, 52세) 장인은 25년째 찢어지고 낡은 가죽 가방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물건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추억까지 복원해야 하는 소중한 사명이다.그는 말한다. “가죽은 오래될수록 멋이 납니다. 조금만 보살피면 다시 젊어질 수 있죠.” 장인의 하루 그는 가죽의 상처를 읽는다가죽 수선의 첫 단계는 상태 진단이다. 박 장인은 고객이 가져온 가방을 손으로 만져보며 가죽의 결, 두께, 유연성을 살핀다. 표면의 균열, 변색, 찢김 정도에 따라 다른 복원 방법을 적용..

장인의 하루 2025.08.12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빛바랜 가족사진을 복원하는 필름 스캔 장인

서울 종로의 오래된 골목 한편,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진 공방이 있다. 간판에는 ‘사진 복원·필름 스캔 전문’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적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특유의 필름 냄새가 스민다. 이곳의 주인장 정민호(가명, 58세) 장인은 35년 동안 빛바랜 사진과 상처 난 필름을 되살리는 일을 해왔다. 그의 손길을 거치면 색을 잃어버린 흑백사진이 다시 생기를 되찾고, 긁힘과 곰팡이로 가득 찬 필름이 과거의 숨결을 품은 채 화면 속에 살아난다.그는 말한다. “사진은 과거를 담은 창이에요. 그 창이 흐릿해지면, 그 안의 기억도 사라지죠. 제 일은 그 창을 닦아주는 겁니다.” 먼지와 곰팡이를 지우는 섬세한 손길이 숨어 있는 장인의 하루정 장인의 하루는 아주 작은 붓과 부드러운 극세..

장인의 하루 2025.08.1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고장 난 오르골을 되살리는 음악 상자 장인

작은 상자를 열면, 부드러운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오르골. 그 소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깨우고, 잊었던 감정을 불러온다. 경남 창원의 한 소품 공방에서 윤지훈(가명, 54세) 장인은 고장 난 오르골을 복원하며, 사람들의 추억을 다시 재생시킨다.그는 말한다. “오르골은 소리를 고치는 게 아니라, 시간을 고치는 거예요.” 장인의 하루는 오르골의 심장을 고치는 시간이다오르골의 핵심은 ‘실린더’와 ‘핀’이다. 이 부품이 닳거나 휘면 음악이 깨진다. 윤 장인은 실린더의 핀을 하나하나 교정하고, 녹슨 스프링을 갈아 끼운다. 이 작업은 현미경을 통해서만 가능할 정도로 정밀하다.그는 한 번은 1920년대 스위스산 오르골 복원 의뢰를 받았다. 부품이 단종되어 직접 황동을 깎아 새 부품을 만들었다. 부품보다 중요한 ‘음의..

장인의 하루 2025.08.10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부채를 복원하는 한지 공예 장인

한여름 무더위 속, 부드럽게 부치는 전통 부채의 바람은 다른 어떤 선풍기보다 시원하다. 그러나 그 부채가 50년 넘은 것이라면, 그 가치는 단순한 시원함을 넘어선다. 전북 전주의 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한지 공방에서 이도현(가명, 60세) 장인은 전통 부채를 복원하며 전통의 바람을 이어간다.그는 웃으며 말한다. “부채는 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손의 기억을 지워서는 안 돼요.” 찢어진 한지를 살리는 손길이 묻어 있는 장인의 하루전통 부채는 한지와 대나무가 주재료다. 오래된 부채는 한지가 갈라지고, 접힌 부분이 찢어지기 쉽다. 이 장인은 수십 종의 한지 중 원래 부채와 비슷한 질감을 찾아낸 뒤, 천연 풀로 조심스럽게 이어 붙인다.그는 한 번에 한 장씩, 부챗살에 한지를 덧붙인다. 특히 채색된 부..

장인의 하루 2025.08.09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금이 간 유리잔을 되살리는 유리 복원 장인

작은 금이 간 유리잔을 대부분 사람들은 버린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유리잔은 추억의 일부이고, 잊을 수 없는 선물일 수 있다. 부산 영도구의 한 작은 작업실에서는 박선호(가명, 55세) 장인이 금이 간 유리잔과 오래된 유리 공예품을 복원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는 25년 동안 유리와 씨름하며, 버려질 뻔한 유리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왔다.그는 말한다. “유리는 사람의 마음 같아요. 깨져도 다시 이어질 수 있죠. 단, 그 흔적은 남아야 해요.” 유리 장인의 하루는 유리의 상처를 읽는 시간이다박 장인은 복원 전, 유리의 금과 파손 부위를 유심히 살핀다. 깨진 면의 결, 균열의 방향, 유리의 색감을 파악해야 복원할 수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수입한 특수 접착제와 열처리 기법을 활용한다.기억에 남는 의뢰는 일..

장인의 하루 2025.08.08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손으로 단청을 복원하는 전통 채색 장인

사찰의 지붕 아래를 올려다보면 형형색색의 무늬가 있다. 단청(丹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불교의 철학과 시대의 색감을 담은 전통 예술이다. 강원도 평창의 한 사찰 복원 작업 현장에서 이태영(가명, 57세) 장인은 수십 년째 전통 단청을 손으로 복원해 온 채색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말한다. “단청은 색으로 기도하는 거예요. 손이 흐트러지면 마음도 흐트러져요.” 단청의 곡선에 마음을 담는 장인의 하루단청은 붓끝의 속도, 손목의 각도, 선의 굵기까지 정해져 있다. 이태영 장인은 단청을 시작하기 전, 붓을 손에 쥐고 한참을 머문다. 그날의 온도, 습도, 빛을 느끼며 색을 조율한다.최근 작업한 평창 법흥사 대웅전 복원 프로젝트에서는, 1920년대의 단청 문양을 그대로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문양을 뜨..

장인의 하루 2025.08.07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종이간판을 복원하는 간판 장인

대형 LED 간판이 도시를 뒤덮은 요즘, 골목 어귀에 남겨진 손글씨 간판은 더없이 정겹다. 그것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한 가게의 역사이며 시대의 흔적이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골목, 복고풍 상가 사이에 자리한 조그마한 공방에서 홍석민(가명, 62세) 장인은 종이 간판과 나무 간판을 수작업으로 복원하는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말한다. “간판은 한 가게의 얼굴이에요. 그래서 이걸 되살리는 건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그리는 일이죠.” 장인의 하루 간판 복원은 글씨부터 시작된다홍석민 장인은 먼저 글씨체를 분석한다. 복원 의뢰를 받으면, 오래된 간판 사진이나 실제 조각을 바탕으로 손글씨를 그대로 살려낸다. “디지털 폰트로는 안 되는 곡선이 있어요. 손글씨는, 손의 떨림까지 그 사람의..

장인의 하루 2025.08.06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녹슨 자전거를 새 생명으로 바꾸는 수리 장인

누군가의 창고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오래된 자전거는, 한때 동네를 달리며 많은 추억을 남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골목, 눈에 띄지 않는 낡은 간판 아래 자리한 작은 수리점에는 김정한(가명, 58세) 장인이 있다. 그는 30년 넘게 자전거를 수리하고 복원해 온 동네 자전거 장인으로, 특히 오래된 자전거를 새것처럼 되살리는 복원 기술로 소문이 나 있다.김 장인은 말한다. “자전거는 사람의 습관을 기억해요. 손잡이 닳은 방향, 브레이크 힘, 안장 각도까지. 그걸 되살리는 게 내 일이죠.” 장인의 하루 자전거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탄다’김정한 장인이 마주하는 자전거는 단순한 고장품이 아니다. 대부분은 버려질 뻔한 오래된 물건들이다. 녹슨 체인, 터진 타이어, 휘어진 휠..

장인의 하루 2025.08.05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책을 손으로 복원하는 고서 복원 장인

책은 시간이 지나면 노랗게 변색되고, 접힌 모서리는 찢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낡은 책 한 권이 삶을 바꿨던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 서울 성북구 성균관대 근처의 한 복합문화공간 지하, 종이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책 공방에서 장지은(가명, 61세) 장인은 고서를 복원한다. 그녀는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한 뒤 개인 공방을 운영하며 30년 이상 고서 복원에 전념해 온 책 복원 전문가다.장 장인은 말한다. “책도 사람이랑 같아요. 오래되면 아프고 찢어지고, 그래서 손길이 필요해요.” 장인의 하루는 종이의 결을 기억하는 손이 있다책 복원은 단순한 접착이나 제본이 아니다. 찢어진 페이지, 삭은 책 등, 떨어져 나간 표지를 되살리는 일이다. 장 장인은 먼저 종이의 성질부터 파악한다. 일제강점기 이전의 ..

장인의 하루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