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의 한 마을, 나무 냄새와 함께 나지막한 대패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정민호(가명, 55세) 장인은 30년 넘게 목공예를 해왔다. 그의 작업대에는 다양한 크기의 끌과 망치, 대패가 놓여 있고, 벽면에는 완성된 가구와 소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그는 말한다. “나무는 사람과 함께 늙습니다. 그 과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제 일이죠.”
나무를 고르는 눈이 있는 장인의 하루
목공예의 시작은 나무 선택에서 결정된다. 정 장인은 나이테와 색, 결을 꼼꼼히 살핀다. 그는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참나무를 즐겨 쓴다.
한 번은 고객이 할아버지가 쓰시던 책상을 복원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기존 나무와 최대한 비슷한 결과 색을 가진 참나무를 찾아 3일 동안 가공했다.
장인의 하루는 형태를 만드는 손길이다
목재를 절단하고, 대패로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다. 정 장인은 “목공은 밀리미터 단위의 싸움”이라며, 작은 오차도 전체 구조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업할 때 항상 나뭇결을 따라 절단하고, 표면을 연마해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다.
조립과 마감이 다른 장인의 하루
목공예에서 조립은 단순히 나사를 박는 일이 아니다. 전통 장부맞춤 방식으로 결합하면, 못 없이도 튼튼하게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마감에는 천연 오일을 사용해 나무 본연의 색과 질감을 살린다.
이 과정에서 나무는 손끝에서 더욱 따뜻하고 살아있는 존재로 변한다.
장인의 하루는 세월을 담은 작품이다
완성된 가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이 깊어지고, 손때가 묻으며 주인의 이야기를 품는다. 정 장인은 말한다. “가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나이 드는 친구입니다.”
그의 하루는 오늘도 나무와 함께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전북 완주, 나무에 세월과 온기를 새기는 정민호 장인의 하루. 전통 목공예의 기술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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