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중 하루에 단 한 벌, 수제 앞치마 만드는 남자

goomio1 2025. 7. 6. 19:00

앞치마를 입는 시간, 장인의 하루에 그 사람의 하루를 담다

우리는 하루에 한 번쯤 앞치마를 만난다. 부엌에서 요리할 때, 공방에서 작업할 때, 혹은 카페에서 커피를 내릴 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치마를 '소모품'처럼 여긴다. 편하게 쓰고, 더러워지면 버리고, 필요하면 다시 사는 물건. 그런 세상에서 하루에 단 한 벌, 오직 손으로 수제 앞치마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

서울 성산동의 한 지하 작업실. 거기엔 전도현(가명, 48세) 씨가 있다. 그는 앞치마만 15년째 만들어온 장인이다. 기계가 아닌 손바느질과 직접 재단한 천으로, 단 하나뿐인 앞치마를 만든다. 그의 앞치마에는 디자인도, 이름도, 로고도 없다. 다만 그걸 입는 사람의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앞치마는 작업복이지만, 결국엔 인생을 껴안는 도구입니다.”

 

장인의 하루 수제 앞치마 만드는 남자

하루 한 벌, 장인의 하루에 태어난 손으로 짓는 정성

전 씨는 하루에 딱 한 벌의 앞치마만 만든다. 오전에는 고객과 상담을 하고, 오후엔 천을 고르고 재단하고, 해가 질 무렵에 바느질을 시작한다. 한 벌에 들어가는 시간은 평균 6~8시간. 처음엔 비효율적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빨리 만들어 팔기 위한 옷이 아니라, 오래 입고 정이 드는 앞치마를 만들고 싶어요.”

그는 앞치마를 의뢰하는 사람과 꼭 ‘대화’를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재질을 선호하는지, 어떤 색이 편한지. 그 모든 걸 기록한 후, 고객에게 어울릴 천을 고른다. 가장 많이 쓰는 건 데님과 캔버스 천, 그리고 때때로 리넨. 하지만 고객의 취향에 따라 낡은 천이나 헌 옷을 리폼해 만들기도 한다. “어디선가 입던 옷이 다시 앞치마가 되어 돌아오면, 그 앞치마는 이미 그 사람의 것이죠.”

 

앞치마에 깃든 사연들 장인의 하루

그의 앞치마를 주문한 이들 중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가죽공예를 시작한 20대 청년, 은퇴 후 베이킹을 배우는 60대 여성, 그리고 이직 후 바리스타로 새 출발하는 30대 남성 등.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천에 꿰매듯 담아낸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해요. 앞치마는 그 사람의 하루를 받아내는 옷이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유방암 치료를 마친 뒤, 공방을 열고 도자기를 굽기 시작한 여성 고객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치료 중 입던 병원 가운의 천으로 앞치마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전 씨는 그 천을 잘라내 세탁하고, 무릎 아래를 덧댄 뒤 심플한 단색 끈으로 마무리했다. “이 앞치마는 제 새 인생의 시작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의 작업실 한쪽엔 지금까지 만든 앞치마들의 사진과 의뢰인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이 앞치마 덕분에 손에 힘이 생겨요”, “매일 입고 일하고 싶어 졌어요” 같은 말들이 그를 다시 재봉틀 앞으로 이끈다.

 

장인의 하루의 누적인 앞치마가 말해주는 태도

전 씨는 패션 디자이너도, 의류 기술자도 아니다. 그는 스스로를 “하루를 받쳐주는 직물 제작자”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앞치마를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것을 '하루를 정리하고, 나를 보호하는 장치'로 여긴다. 그래서 그는 장사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마음으로 이 작업을 한다.

하루 한 벌, 단 한 사람을 위한 앞치마. 그는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양산하지 않는다. 앞치마를 통해 삶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고, 그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를 바란다. “앞치마는 일의 시작점이에요. 그걸 입는 순간, 사람은 자세를 고치고 마음을 가다듬죠.” 그는 그 시작을 가장 정직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그의 작업실은 오늘도 조용히 천을 자르고, 실을 꿴다. 그리고 하루가 끝날 무렵, 작은 상자에 포장된 앞치마 한 벌이 다음 날 누군가의 하루를 준비한다. 그 하루가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하루 한 벌, 손으로 만드는 앞치마. 서울의 한 작업실에서 ‘삶을 입히는 장인’이 만든 단 하나뿐인 하루의 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