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바래도 정성은 남는 장인의 하루
한때는 귀한 물건을 싸는 용도였던 보자기. 지금은 보기 힘든 그 천 위에는 옛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이 스며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의 작은 염색 공방에서는 윤말선(가명, 69세) 씨가 오늘도 빛바랜 보자기를 염색하고 있다. 그녀는 40년 넘게 천연 염색과 전통 보자기 복원에 몸담아 온 장인이다.
윤 장인은 말한다. “색이 빠진다고 기억까지 지워지는 건 아니에요. 다시 물들이면 그 마음도 돌아옵니다.” 그녀의 하루는 사라져 가는 색에 생명을 다시 입히는 일로 채워진다.
보자기는 단순한 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장인의 하루
윤 장인은 복원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천의 직조 상태와 원단의 연식, 색상 조화를 분석한다. “보자기는 천이 아니라, 마음을 싸는 도구예요.”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는, 일제강점기 당시 쓰였던 분홍색 비단 보자기를 복원한 일이 있다. 고객은 할머니 유품이라며 가져왔고, 얼룩과 찢김이 심했다. 그녀는 홍화와 쪽을 섞은 전통 방식으로 염색했고, 손바느질로 다시 마무리했다. 보자기를 받은 손주는 “이건 천이 아니라, 가보예요”라고 말했다.
장인의 하루 중 색을 입히는 건 시간이 아니라 손이다
염색은 과학과 감각이 동시에 필요한 작업이다. 천의 두께와 조직, 날씨까지 고려해야 한다. 윤말선 장인은 자연염료만을 사용하며, 온도와 시간까지 손으로 조절한다.
“기계로 하면 빨리 되지만, 색이 깊지 않아요.” 그녀는 하루에 하나의 천만 염색한다. 그만큼 정성과 집중이 들어간다. 또한 천연 염색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색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
색이 돌아올 때, 이야기도 돌아온다 그것이 장인의 하루다
윤 장인의 공방은 염색통, 말린 꽃, 말린 풀로 가득하다. 그녀는 오늘도 천을 물에 담그고, 부드럽게 주물러 색을 입힌다.
“사람 마음도 그렇죠. 물들고 또 물들면, 다시 빛나요.” 완성된 보자기를 손에 쥐는 순간, 고객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녀의 하루는 그렇게, 바랜 색을 되살리며, 잊고 있던 기억까지 복원하는 시간으로 흐른다.
서울 종로, 오래된 보자기를 복원하고 염색하는 장인이 있다. 천에 다시 생명을 물들이는 그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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