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손목시계를 수리하는 손목시계 장인

goomio1 2025. 7. 25. 06:13

장인의 하루는 멈춘 시계 속에도 시간이 흐른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지만, 손목 위에 있는 그것은 종종 사람의 시간을 대변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시계, 첫 월급으로 산 시계, 혹은 오래된 연인의 선물. 시계가 멈추면 그 기억도 멈춘 것 같지만, 서울 중구 신당동의 작은 시계 공방에서는 여전히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다. 이곳에서 김정택(가명, 67세) 장인은 40년 넘게 손목시계 수리만을 전문으로 해온 정밀 수공 장인이다.

김 장인은 말한다. “시계는 작지만,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어요. 돌아가게 하면, 그 기억도 다시 움직입니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멈춘 바늘을 다시 틱틱, 움직이게 만드는 일로 채워진다.

 

시곗바늘 뒤에도 감정들이 있는 장인의 하루

김정택 장인은 시계를 맡으면 먼저 귀에 대고 ‘소리’를 듣는다. “제일 먼저 들어야 해요. 틱 소리가 이상하면 안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그는 기계식 시계를 분해하고, 톱니, 태엽, 밸런스휠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기억에 남는 의뢰로는, 1960년대 오메가 시계를 복원해 달라는 고객이 있었다. 고인은 그 시계를 결혼식 날 받았고, 이후 평생 착용했다. 유족이 가져온 시계는 멈춘 지 수년이 지난 상태였다. 김 장인은 원래 부품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오래된 스위스 부품을 수입해 정밀 수리를 했다. 바늘이 다시 돌아간 순간, 유족은 “아버지가 다시 시간을 주는 것 같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오래된 손목시계를 수리하는 손목시계 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는 눈보다 손끝이 믿는 기술있다

김정택 장인의 손에는 언제나 돋보기와 핀셋이 들려 있다. 그는 말한다. “시계는 눈보다 손이 먼저 알아야 해요.” 시계 수리에는 1mm보다 작은 부품이 수백 개 들어 있고, 그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작동하지 않는다.

기계로 검사할 수도 있지만, 그는 모든 수리를 손으로 한다. 기계식 시계, 수동 태엽, 오토매틱, 심지어 쿼츠식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기계는 정확할지 몰라도, 미세한 감각은 손이 이깁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하루 평균 두 개가 전부다. 그만큼 섬세하고, 느리다. 그러나 고객 만족도는 매우 높다. “고치는 게 아니라, 되살리는 겁니다.”

 

장인의 하루 속 시간은 고장 나지 않는다

공방의 한쪽 벽에는 고장 난 시계가 아닌, ‘복원된 시계’들이 놓여 있다. 브랜드도, 가격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늙어도, 시계는 돌아가면 다시 새로워져요.” 김 장인은 오늘도 조심스럽게 나사를 돌리고, 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며 시간을 되살린다. 그리고 시계를 건네는 순간, 사람들은 다시 삶의 리듬을 느낀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멈춘 시계 속에서 다시 시간을 걷는다.


서울 중구, 멈춘 손목시계를 되살리는 장인이 있다. 시간과 기억을 다시 돌려주는 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