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 예로부터 ‘달의 금속’이라 불리며, 인간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재료였다. 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특유의 색감 때문에, 고대인들은 은을 신성한 존재와 연결 지었다. 한국에서도 은은 단순히 장신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의 일부이자 의례와 정신세계의 일부로 자리 잡아 왔다. 조선시대에는 혼수품으로 은 장신구가 필수였고, 은으로 만든 은장도는 여인들의 정절과 기개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기계로 찍어낸 대량생산 장신구들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전통 은세공의 자리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이런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은을 불꽃에 녹여내고 망치로 두드려 작품을 빚어내는 장인이 있다. 서울 종로의 오래된 골목 한편에서 공방을 지켜온 김태훈(가명) 장인이다. 그는 50년 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