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벌의 옷은 단순히 몸을 덮는 도구를 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담는 매개체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지혜롭게 전해온 '누비’는 한국의 기후와 생활환경에 맞춘 독창적인 바느질 기법으로, 그 안에 한국인의 섬세함과 인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두 겹 이상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바느질해 보온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누비는, 수백 년 동안 서민의 겨울옷에서부터 왕실의 의복, 심지어는 전쟁터의 갑옷 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쓰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기계화의 흐름 속에서 손으로 천천히 꿰매는 누비는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에서는 여전히 바늘을 잡고 전통 누비를 이어가는 장인이 있다. 최은경(가명) 장인, 그녀는 50년 넘게 천과 바늘, 솜과 씨름하며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