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먹(墨)이 천 년을 남긴다.” 한국 전통 서예의 세계에서 먹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예술의 근원이다. 검은빛을 띠는 작은 막대기 하나가 종이 위에 펼쳐지면, 그것은 글자를 넘어 인간의 정신과 철학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 먹을 만드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되다. 숯가루와 아교, 향료를 섞어 굳히고 말리기를 수십 번 반복해야 한다.오늘날 공장에서 찍어낸 화학 먹이 많지만, 진짜 전통 먹의 세계는 여전히 몇 안 되는 장인의 손끝에서만 살아 있다. 충청남도의 작은 작업실에서 만난 윤명수(가명) 장인은 40년간 먹을 빚어온 장인이다.그의 하루는 새벽부터 숯을 고르고, 아교를 녹이며, 정성껏 반죽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의 손길은 단순한 도구 제작이 아니라, 검은빛에 정신을 새겨 넣는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