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에도 시간의 무늬가 남는다고 믿는 장인의 하루
버려진 유리병 속에도 이야기가 있다. 예전 약병, 향수병, 술병, 혹은 특별한 날 담겼던 편지병까지. 대부분은 깨지고 버려지지만,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쪽 작업실에서는 이수현(가명, 59세) 씨가 오늘도 유리병을 닦고 다듬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빈티지 유리병을 복원하고 수집해 온 장인이다.
이 장인은 말한다. “유리는 깨질 수 있지만, 닦이면 다시 빛나요. 사람 마음도 그렇죠.” 그의 하루는 부서지고 버려진 유리병을 다시 아름답게 복원하는 일로 시작된다.
장인의 하루는 깨진 조각을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유리병 복원은 단순히 표면을 닦는 일이 아니다. 병에 낀 세월의 때를 지우고, 금이 간 부분은 레진이나 전통 납붙임 기법으로 메워야 한다. 이수현 장인은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광택을 낸다. “조금만 기울어도 빛이 달라져요. 그게 유리의 무서운 매력이에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1920년대 프랑스제 향수병 복원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객은 외할머니 유품이라며 가져왔고, 뚜껑은 깨지고 표면은 뿌옇게 변색돼 있었다. 이수현 장인은 유리 특수 세정제를 이용해 천천히 닦고, 뚜껑은 동일한 질감으로 직접 제작해 복원했다. 완성된 병을 본 고객은 “마치 시간이 돌아간 느낌”이라며 감동했다.
유리에는 손보다 시간이 더 많다고 믿는 장인의 하루
이수현 장인은 유리병 하나를 복원하는 데 적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말한다. “재료가 약한 만큼,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그는 기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손과 붓, 연마 도구만을 사용한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희귀 유리병을 수집하고, 전시와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병, 그걸 되살리는 게 제 일이에요.” 그의 복원 작업은 단순한 물건 수선이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함께 복원하는 일이다.
병 속에 다시 빛이 들어올 때 장인의 하루는 빛난다
이 장인의 작업실에는 각양각색의 유리병들이 줄지어 있다. 청록색 와인병, 갈색 약병, 금장 향수병, 투명한 유리 물병까지. 대부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다.
오늘도 그는 유리병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깨진 부분을 붙이고, 천으로 닦는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병이 달라 보여요. 그게 유리의 진짜 얼굴이죠.” 그의 하루는 그렇게 투명한 물건 속에 시간을 붙잡는 일로 흘러간다.
서울 연남동, 오래된 유리병을 복원하는 장인이 있다. 투명한 물건 속에 추억과 시간을 복원하는 그의 하루.
'장인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액자를 다시 살리는 액자 복원 장인 (0) | 2025.07.22 |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금이 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동네 도자기 수리 장인 (2) | 2025.07.21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종이 우산을 만드는 한지 장인 (0) | 2025.07.20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성경책을 복원하는 종교 서적 장인 (0) | 2025.07.20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부러진 낚싯대를 고치는 낚시 용품 장인 (0) | 2025.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