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엔 부러진 우산에도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은 단순한 도구 그 이상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던 길, 혼자서 지나던 골목, 누군가를 기다리던 순간까지. 하지만 우산도 부러지고 찢어진다. 대부분 사람들은 망가지면 버리지만, 서울 종로구의 작은 골목 안에서는 김성진(가명, 62세) 씨가 오늘도 우산을 고치고 있다. 그는 35년간 우산 수리만을 전문으로 해온 장인이다.
김 장인은 말한다. “우산은 버려도 되지만, 그때 함께한 기억은 버리기 싫은 사람들이 있어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우산을 다시 펼치게 만드는 일로 채워진다. 그 작은 작업실 앞에는 항상 고장 난 우산이 줄지어 서 있다.
우산 한 자루에 들어간 장인의 하루엔 정성과 기술이 있다
우산 수리는 생각보다 세밀하고 복잡하다. 김 장인은 우산의 살(철제 프레임), 천, 손잡이까지 모두 점검한다. 특히 오래된 수동 우산은 구조가 다르고 부품 구하기도 쉽지 않아, 대부분 부품을 직접 만들어 쓴다. “요즘 우산은 거의 일회용이지만, 옛날 우산은 오래 쓰는 거였어요. 고치면 다시 써요.”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30년 된 일본식 장우산 복원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객은 아버지 유품이라며 우산을 가져왔는데, 살이 부러지고 천도 해어져 있었다. 김 장인은 살을 새로 깎아 맞추고, 천도 원단 시장에서 최대한 비슷한 원단을 구해 재봉틀로 다시 꿰맸다. 완성된 우산을 본 고객은 “아버지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라며 고마워했다.
우산을 고치는 장인의 하루는 비 오는 날을 준비하는 일이다
김성진 장인은 우산 수리를 단순히 부품 교체로 보지 않는다. “비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그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 그래서 그는 손님에게 우산 수리 후 관리법도 꼭 알려준다. 천에 방수 스프레이를 뿌리고, 살의 녹 방지 오일을 바르는 것까지 세세하게 챙긴다.
한 번은 한복 디자이너로부터 전통 우산 복원 의뢰를 받았다. 한지로 만든 우산으로, 원형 보존이 매우 까다로웠다. 그는 한지를 다시 바르고, 살의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해 비에 젖어도 형태가 유지되도록 완성했다. 결과적으로 그 우산은 패션쇼에 등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우산이 다시 펼쳐지는 장인의 하루, 사람의 마음도 열린다
요즘은 값싼 자동 우산이 흔하다. 하지만 김성진 장인은 여전히 손으로 고치는 우산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그는 말한다. “자동 우산은 마음이 없어요. 손으로 펴야 마음도 같이 열리죠.”
그의 작업실 한쪽에는 고친 우산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무채색 우산도 있고, 알록달록한 꽃무늬 우산도 있다. 어떤 것은 어린이용 작은 우산, 또 어떤 것은 신사복에 어울리는 장우산이다.
오늘도 그는 작은 드라이버와 니퍼를 들고 우산 하나하나를 살핀다. 비 오는 날, 그 우산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다. 그에게 우산을 고치는 일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하루를 다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서울 골목 장인의 하루, 오래된 우산을 다시 펼치게 만드는 장인이 있다. 비 오는 날의 기억까지 고치는 그의 하루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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