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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포항 대게 어망 수선 장인 – 바다를 지탱하는 숨은 손길

경북 포항의 새벽 바다는 언제나 분주하다. 부두에는 갓 잡아 올린 대게를 실은 어선이 줄지어 들어오고, 시장에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대게 하면 흔히 화려한 식탁 위의 별미를 떠올리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다. 바로 어망 수선 장인들이다. 낡고 찢어진 그물은 바다 위에서 치명적이다. 어부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가능하게 하도록 묵묵히 바느질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65세의 장인 김종필(가명) 씨는 40년 넘게 그물을 꿰매며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인물이다. 바늘과 실로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김 장인의 하루는 새벽녘 부두의 창고에서 시작된다. 어부들이 들고 온 낡은 어망은 크기만 해도 수십 미터. 곳곳에 찢긴 흔적과 끊어진 매듭들이 바다의 ..

장인의 하루 2025.09.03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이천 도자기 장인 – 흙과 불이 빚어낸 삶의 그릇

경기도 이천은 예로부터 ‘도자의 고향’이라 불려 왔다. 고려청자, 조선백자의 명맥을 이어온 이 땅에서는 오늘도 흙과 불을 다루는 장인들이 묵묵히 도자기를 빚어낸다. 그중에서도 72세의 도자기 장인 최성호(가명) 씨는 반세기 동안 물레를 돌려온 인물이다. 그의 공방에는 유약 냄새와 장작 타는 소리, 그리고 흙이 살아 숨 쉬는 기운이 가득하다. “도자기는 흙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 일입니다. 그 소리를 놓치면 그릇은 쉽게 깨지지요.”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도예 기술을 넘어 삶의 철학처럼 다가온다. 흙을 다듬는 첫 단계, 장인의 하루의 시작이다도자기의 하루는 흙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 최 장인은 흙더미를 손끝으로 만져보며 점성과 촉감을 확인한다. “흙이 너무 부드러우면 모양이 흐트러지고, 너무 거칠면 깨지기..

장인의 하루 2025.09.02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남해 소금 장인 – 바다에서 하얀 보물을 건져 올리다

남해의 바다는 단순히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곳이 아니다. 바닷바람이 스치고 태양이 내리쬐는 이곳에서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 소금이 태어난다. 하얀 결정으로 빛나는 천일염은 우리 식탁의 기본이지만, 그 뒤에는 바다와 하루 종일 씨름하는 장인의 손길이 숨어 있다.68세의 소금 장인 박영수(가명) 씨는 새벽부터 소금밭을 지키며 바다의 선물을 인간의 음식으로 바꿔내고 있었다. 바다와 함께하는 새벽이면 장인의 하루도 시작된다그의 하루는 새벽 네 시,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시작된다. 갯벌과 연결된 소금밭의 물길을 열면 바닷물이 서서히 스며든다. 그는 물살의 세기와 바람의 방향을 살펴가며 적절한 양만 받아들인다. “소금은 바다와 태양, 그리고 바람이 함께 만드는 겁니다. 사람은 그저 돕는 것뿐이죠..

장인의 하루 2025.09.0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부산 수제 어묵 장인 – 바다와 불이 빚어낸 손맛

부산의 자갈치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은은한 기름 냄새와 함께 바다 내음이 어우러져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에는 수십 년째 어묵을 손수 만들며 전통의 맛을 지켜온 장인이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공장식 생산과 달리, 그는 여전히 새벽마다 신선한 생선을 갈아 반죽하고, 대나무 꼬치에 정성스레 끼워 불 앞에서 구워낸다. 그의 어묵은 단순한 길거리 간식이 아니라 바다와 사람을 이어주는 음식 문화의 상징이었다. 새벽시장에서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장인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 부산의 항구 근처에서 열린 생선 경매장에서 시작된다. 그는 반죽에 쓰일 생선을 직접 고른다. “어묵의 맛은 결국 생선에서 나오지요. 싱싱한 고등어, 명태, 또는 잡어를 섞어야 깊은 맛이 납니다.” 손수 골라 담은 생선은 공방으로 옮겨..

장인의 하루 2025.08.3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안동 목조 한옥 수리 장인 – 집에 깃든 숨결을 이어가다

한옥은 한국인의 삶과 정신이 스며든 전통 건축물이다. 그러나 현대식 아파트와 빌라가 들어서면서 점점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북 안동에는 낡은 기와집과 목조 한옥을 고치며 전통의 숨결을 지켜내는 장인이 있다. 김성호(가명, 68세) 장인은 평생을 대목수로 살아온 사람으로, 한옥의 구조와 미학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그의 하루는 단순히 집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기억을 이어가는 과정이었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흙, 자연에서 온 재료들로 만들어진다김 장인은 공사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재료를 확인한다. 한옥의 기본은 목재와 흙, 그리고 기와다. 목재는 소나무를 가장 많이 쓰는데, 결이 곧고 수분이 적은 것을 골라야 수십 년을 버틴다. 흙은 황토가 필수다. 벽체와 온돌..

장인의 하루 2025.08.30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강릉 단오제 탈 장인 –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다

강릉 단오제는 해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강릉을 가득 메우는 흥과 웃음의 축제다. 단오제의 무대 위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화려한 의상이나 춤사위만이 아니다. 바로 배우들이 얼굴에 쓰는 ‘탈’이다. 탈은 단순한 가면을 넘어, 한국인의 삶과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 강릉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상우(가명, 66세) 장인은 40년 넘게 탈을 제작해 온 장인이다. 그는 매일같이 나무와 대화하며, 나무속에 숨어 있는 얼굴을 찾아내고 있었다.그의 하루는 단순히 조각이 아니라,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에 가까웠다. 장인의 하루 탈의 시작은 숲에서부터이다아침 햇살이 산을 비출 무렵, 장인은 자주 숲을 찾는다. 탈 제작에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는 오동나무다. 가볍고 질기며 쉽게 갈라지지 ..

장인의 하루 2025.08.29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서울 전통 화원 장인 – 꽃에 혼을 담다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전통 화원이 자리하고 있다. 거리에는 현대식 꽃집이 즐비하지만, 이곳은 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화려한 꽃다발 대신 단정한 백합 한 송이, 소박한 국화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꽃꽂이가 주인공이다. 김도현(가명, 74세) 장인은 이 화원을 40년 넘게 지켜온 주인이다. 그는 “꽃은 단순히 장식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계절과 인간의 마음이 함께 담기지요”라며 꽃을 다루는 철학을 들려주었다. 그의 하루는 꽃을 만지는 일에서 시작해 꽃으로 마무리된다. 김 장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이며 예술이었다. 새벽 시장에서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김 장인의 하루는 새벽 인사동 꽃시장에서 시작된다. 수십 년간 다녀온 시장이라 상인들과는 눈빛만 봐도 어떤..

장인의 하루 2025.08.28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활 장인 – 나무와 소뿔이 어우러져 화살을 품다

활은 단순히 사냥과 전쟁의 도구가 아니었다. 활은 인간의 의지를 담아내는 매개였으며, 동양에서는 정신 수양의 상징이자 무예의 근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총기와 현대 무기가 자리를 대신하자 활은 점점 잊혀 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는 전통 활을 손수 제작하며 수백 년의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들이 존재한다. 충북 제천에서 만난 박선규(가명, 72세) 장인은 반세기 넘게 활을 빚어온 인물이다.그는 “활은 단순히 나무와 뿔을 묶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호흡과 정신을 담는 도구”라며, 활이 가진 깊은 세계를 들려주었다. 장인의 활은 나무와 뿔이 만나 활의 골격을 이룬다 이렇게 장인의 하루는 시작된다박 장인의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고르는 일로 시작된다. 활의 중심에는 단단하면서도 유연..

장인의 하루 2025.08.27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죽공예 장인 – 대나무로 삶을 빚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대나무 숲은 더 고요해지고, 바람이 불면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나무는 단순한 식물에 불과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대나무는 곧 삶의 재료이자 예술의 원천이다. 충청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생을 대나무와 함께 살아온 박재윤(가명, 72세) 장인은 손끝으로 대나무를 쪼개고 엮으며 수십 년간 일상의 도구와 예술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공방에는 바구니, 소쿠리, 차판, 발, 심지어 조명 갓까지 대나무로 만든 다양한 생활 용품이 가득하다. 박 장인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대나무는 사람처럼 살아 있어요. 결이 있고, 호흡이 있죠. 억지로 다루면 금방 부러지지만, 결을 따라가면 제 손길에 순응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대나무의 목소리를 먼저 듣습니다..

장인의 하루 2025.08.26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하늘과 땅을 잇는 실, 전통 연 제작 장인의 하루

겨울바람이 세차게 부는 들판 위, 하늘에 색색의 연이 수놓아진 광경은 이제는 드문 풍경이 되었다. 스마트폰과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은 더 이상 연을 직접 만들거나 날리는 경험이 없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전통 연을 만들며 하늘과 소통하는 장인이 있다. 충청도의 작은 마을에서 평생 연 제작에 몰두해 온 박재성(가명, 74세) 장인. 그의 공방에는 대형 방패연, 가오리연, 방패문양이 그려진 전통 연들 이 빼곡히 걸려 있다.그는 말한다. “연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에요. 바람을 읽고, 마음을 하늘에 띄우는 의식 같은 거죠.” 박 장인의 하루는 얇은 한지와 대나무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장인의 하루는 대나무와 한지, 연의 뼈대를 세우며 시작한다연을 만드는 첫 과정은 대나무를 고르는 일이다. 박 장인은 ..

장인의 하루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