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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담양 죽세공 장인 – 대나무 숲에서 피어난 삶의 예술

담양은 대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대숲은 낮은 음율을 뿜어내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사람을 감싼다. 이곳에서는 수백 년 동안 대나무가 단순한 식물에 그치지 않았다. 바구니, 발, 부채, 다용도의 생활 도구가 모두 대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플라스틱과 기계 생산품이 보급되면서 죽세공은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숲을 지키며 대나무를 손수 다듬는 장인이 있다. 박종현(가명) 장인은 40년간 대나무를 벗 삼아, 손끝에서 삶의 예술을 빚어온 죽세공 장인이다.그의 하루는 대나무의 숨결과 함께 흘러간다. 대나무와 함께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아침 해가 떠오르면 박 장인은 대숲을 찾는다. 죽세공의 핵심은 좋은 대나무를 고르는 일이다. 대나무는 곧고 매끈해야 하며, 나..

장인의 하루 2025.09.13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진주 누비 장인 – 바늘 끝에 새긴 천년의 온기

한 벌의 옷은 단순히 몸을 덮는 도구를 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담는 매개체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지혜롭게 전해온 '누비’는 한국의 기후와 생활환경에 맞춘 독창적인 바느질 기법으로, 그 안에 한국인의 섬세함과 인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두 겹 이상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바느질해 보온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누비는, 수백 년 동안 서민의 겨울옷에서부터 왕실의 의복, 심지어는 전쟁터의 갑옷 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쓰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기계화의 흐름 속에서 손으로 천천히 꿰매는 누비는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에서는 여전히 바늘을 잡고 전통 누비를 이어가는 장인이 있다. 최은경(가명) 장인, 그녀는 50년 넘게 천과 바늘, 솜과 씨름하며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

장인의 하루 2025.09.12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경주 금박 장인 – 황금빛으로 역사를 덧입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불상, 탑, 궁궐 장식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황금빛이다. 이 황금빛은 금박(金箔)을 얇게 두드려 장식물에 입히는 기법에서 비롯되었다. 금박은 단순히 화려함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신성함과 위엄을 상징하는 예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계로 가공한 금박지가 대부분 사용되고, 전통 방식으로 금박을 제작하는 장인은 드물다. 경주에서 활동하는 59세의 장인 이현우(가명) 씨는 여전히 망치와 손끝으로 금박을 두드리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얇음을 향한 도전의 연속이 장인의 하루이다금박은 금을 종잇장처럼 얇게 펴는 기술이다. 장인은 작은 금덩이를 가죽 사이에 넣고 망치로 두드리며 얇게 늘린다. 수천 번의 두드림 끝에 금은 머리카락보다 얇아져 ..

장인의 하루 2025.09.1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주 소리굽쇠 장인 – 쇳소리에 혼을 불어넣다

전주는 판소리의 고향으로 유명하지만, 그 소리를 완성하는 도구 중 하나가 소리굽쇠다. 소리굽쇠는 악기나 목소리의 음정을 맞출 때 사용되는 작은 쇠붙이로, 정확한 음을 내는 것이 생명이다. 하지만 대량 생산되는 기계 제품이 대부분인 요즘, 전통 방식으로 소리굽쇠를 제작하는 장인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주에서 45년간 대장간 불 앞을 지켜온 김영수(가명) 장인은 여전히 망치와 불을 이용해 손으로 소리굽쇠를 만든다.그의 하루는 단순한 금속 작업이 아니라, 음악의 뿌리를 지켜내는 길이다. 장인의 하루는 불과 망치로 아침을 시작한다새벽이 되면 그는 대장간의 불을 피운다. 숯불이 달아오르면 쇳덩이를 불 속에 넣고 기다린다. 붉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집게로 꺼내 망치로 두드리면, 쇳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진다. 작..

장인의 하루 2025.09.10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강릉 전통 자개 장인 – 바다의 빛을 새긴 손끝

강릉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도시로, 오랫동안 동해의 풍요로움을 품어왔다. 그중에서도 자개 공예는 바다에서 나는 조개껍질을 활용해 생활 속에 빛을 새겨 넣은 전통 예술이다. 조개껍질 속 은은한 빛깔을 갈고 다듬어 나무, 가구, 장신구에 붙여 넣으면,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는 문양이 탄생한다. 그러나 값싼 대량 생산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전통 자개 공예를 고수하는 장인은 손에 꼽힌다. 강릉에서 50년 가까이 자개 공예를 이어온 박성호(가명) 장인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빛을 작품에 새겨 넣으며, 잊혀가는 예술을 세상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하루는 단순한 기술의 반복이 아니라, 수백 년 전통의 흔적을 오늘에 되살리는 과정이다. 바다에서 찾은 원료, 자개 장인의 하루의 시작이다자개 공예는 바다에서 시작된다. 장인은..

장인의 하루 2025.09.09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서울 단청 장인 – 천년 사찰에 색을 입히는 손

사찰이나 궁궐에 가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화려한 색의 단청이다. 단청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목재 건축물을 보호하고 건축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 채색 기법이다. 하지만 단청은 수백 번의 붓질과 섬세한 안료 조합이 필요한 고난도의 작업으로, 이를 전승하는 장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62세의 단청 장인 최지훈(가명) 씨는 30년 넘게 사찰과 궁궐에 색을 입혀온 인물이다.그의 하루는 천년의 역사 위에 새로운 색을 더하는 과정이다. 장인의 하루는 단청에 색을 준비하는 시간이다단청 작업은 색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최 장인은 천연 안료를 직접 갈아 곱게 만든다. 석청, 주황석, 청금석 같은 광물을 곱게 빻아 만든 안료는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그는 안료를 아..

장인의 하루 2025.09.08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순천 전통 장독대 장인 – 흙과 숨결이 만든 발효의 집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 장독대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다. 장독대 속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 음식이 숙성되며, 그 집안의 맛과 전통이 이어진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생활이 늘어나면서 마당에 장독대를 두는 집은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방식으로 장독을 빚는 장인들이 있어 우리의 발효 문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 40년 넘게 흙을 빚어 장독을 만든 김민호(가명) 장인은 흙과 불, 그리고 발효의 철학을 담아내는 인물이다. 그의 하루는 단순히 그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지키는 과정이다. 흙을 다듬는 첫 손길로부터 장인의 하루는 시작된다장독의 품질은 흙에서 시작된다. 김 장인은 순천 인근 산에서 나는 붉은 황토를 직접 채취한다. 황토는 단단하면서도 숨을 쉴 수..

장인의 하루 2025.09.07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강화 화문석 짜기 장인 – 풀잎에 새긴 삶의 무늬

강화도는 넓은 평야와 갯벌로 유명하지만,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공예품이 있다. 바로 화문석(花紋席)이다. 화문석은 왕실과 양반가에서 사용되던 고급 돗자리로, 모시풀과 왕골을 엮어 아름다운 꽃무늬를 새긴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사계절의 자리’라 불렸으며, 그 무늬 하나하나에 장인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기계 직물과 플라스틱 매트가 대중화되면서 화문석은 점점 잊혀 가고 있다. 72세의 장인 정순자(가명) 씨는 강화도에서 평생 화문석을 짜며 전통을 이어온 몇 안 되는 장인 중 한 사람이다.그녀의 하루는 풀잎에 무늬를 새기며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다. 풀잎을 고르는 손끝을 담은 장인의 하루정 장인의 하루는 왕골을 다듬는 일로 시작된다. 왕골은 습한 땅에서 자라는 풀로,..

장인의 하루 2025.09.06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통영 소목(木工) 장인 – 나무결에 새긴 세월의 이야기

통영은 오래전부터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바다와 함께 살아온 도시다. 하지만 이곳이 단지 어업과 바다만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다.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도시로, 군영과 관청, 그리고 양반가의 집들을 꾸미던 수많은 목공예 장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기도 하다.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통영 소목(木工)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나무의 결을 살려 가구를 만들고, 손끝으로 세월을 새겨 넣는 소목 장인의 삶은 단순히 ‘목수’라는 직업을 넘어선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통영에서 50년째 대패와 끌을 잡고 있는 이상훈(가명) 장인의 하루는 바로 그 증거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대화로 시작되는 아침으로부터이다이 장인의 하루는 작업실 한가운데 놓인 큼직한 원목 앞에서 시작된..

장인의 하루 2025.09.05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주 비단 직조 장인 – 천년의 빛을 짜내는 손끝

전주는 예로부터 비단과 한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고려와 조선을 거쳐 내려오며 비단은 왕실과 귀족의 옷감으로 사용되었고,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값싼 공산품과 기계織物(직물)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전통적인 직조 방식으로 비단을 짜내는 장인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손끝에서 천년의 빛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68세가 된 박은주(가명) 장인은 40년 넘게 베틀 앞에 앉아 실을 걸고, 하루 10시간 이상을 손으로 북을 움직이며 비단을 짜온 인물이다.그녀의 하루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 전주가 품고 있는 문화유산을 지켜내는 긴 여정과도 같다. 장인의 하루를 여는 베틀 소리박 장인의 공방은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문을 연다...

장인의 하루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