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바다는 단순히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곳이 아니다. 바닷바람이 스치고 태양이 내리쬐는 이곳에서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 소금이 태어난다. 하얀 결정으로 빛나는 천일염은 우리 식탁의 기본이지만, 그 뒤에는 바다와 하루 종일 씨름하는 장인의 손길이 숨어 있다.

68세의 소금 장인 박영수(가명) 씨는 새벽부터 소금밭을 지키며 바다의 선물을 인간의 음식으로 바꿔내고 있었다.
바다와 함께하는 새벽이면 장인의 하루도 시작된다
그의 하루는 새벽 네 시,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시작된다. 갯벌과 연결된 소금밭의 물길을 열면 바닷물이 서서히 스며든다. 그는 물살의 세기와 바람의 방향을 살펴가며 적절한 양만 받아들인다. “소금은 바다와 태양, 그리고 바람이 함께 만드는 겁니다. 사람은 그저 돕는 것뿐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물길을 잘못 트면 소금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이 중요하다.
태양과 바람의 힘이 담겨 있는 장인의 하루
받아들인 바닷물은 증발지에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태양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바람은 바닷물 위의 소금을 더욱 진하게 농축시킨다. 박 장인은 소금밭 위를 수시로 오가며 물의 상태를 살핀다. 맑은 날에는 빠르게 결정이 맺히지만, 흐리거나 습한 날에는 작업이 늦어진다. “소금은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늘이 허락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죠.”
결정이 맺히기 시작하면 그는 나무 삽을 들고 하얀 소금을 긁어모은다. 삽질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소금 알갱이가 햇살에 눈부시게 빛난다.
장인의 하루는 소금의 생명 불어넣기이다
수확한 소금은 곧바로 먹을 수 없다. 일정 기간 창고에 쌓아두고 숨을 고르게 해야 한다. 이를 ‘숙성’이라 부르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소금의 맛이 깊어진다. 박 장인은 숙성창고를 열어 보이며 말했다. “갓 뽑아낸 소금은 날카롭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맛이 둥글어지고, 몸에도 이롭지요.”
그가 만든 소금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된장·간장·김치 등 수많은 전통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 지역의 식당과 가정에서 그의 소금을 찾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을 지키는 사명이 담겨있는 장인의 하루
값싼 수입 소금과 자동화 시설의 확산으로 전통 소금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박 장인은 여전히 손으로 삽을 들고 소금을 모은다. 그는 “효율만 따지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바다와 태양이 빚어낸 소금 맛은 기계로 만들 수 없지요.”라며 미소 지었다. 요즘 그는 마을 청년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금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바다 물을 받아 소금을 만들 때의 눈빛을 보면, 이 일이 헛되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남해 소금 장인 박영수, 바다와 태양, 바람이 빚어낸 천일염을 전통 방식으로 지켜온 그의 하루.
'장인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포항 대게 어망 수선 장인 – 바다를 지탱하는 숨은 손길 (0) | 2025.09.03 |
|---|---|
|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이천 도자기 장인 – 흙과 불이 빚어낸 삶의 그릇 (0) | 2025.09.02 |
|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부산 수제 어묵 장인 – 바다와 불이 빚어낸 손맛 (1) | 2025.08.31 |
|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안동 목조 한옥 수리 장인 – 집에 깃든 숨결을 이어가다 (1) | 2025.08.30 |
|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강릉 단오제 탈 장인 –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다 (1) | 2025.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