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막는 그늘도 누군가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장인의 하루가 시작된다
여름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커다란 파라솔이 펼쳐진다. 하지만 파라솔도 쉽게 고장 난다. 천이 찢어지고, 살이 부러지고, 기둥이 녹슬고. 대부분은 고장이 나면 새로 산다. 하지만 서울 관악구 한 재래시장 한편, 박상진(가명, 65세) 씨는 고장 난 파라솔만을 전문으로 고치는 장인이다.
그는 30년 넘게 파라솔과 접이식 천막, 대형 양산을 수리해 왔다. “파라솔은 그냥 비싸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오래 쓰는 게 좋은 거죠.” 그의 하루는 해뜨기 전부터, 시장 상인들의 고장 난 파라솔을 펼치고 살펴보는 일로 시작된다.
파라솔 수리는 작은 기계공의 손길이고 장인의 하루이다
파라솔 수리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금속 프레임의 각도, 천 재질의 늘어남, 나사와 볼트의 상태까지 모두 체크해야 한다. 박 장인은 자신만의 수리 노트를 갖고 있다. “파라솔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기록해 둬야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는 카페 테라스에 있던 대형 파라솔이었다. 바람에 날아가 천이 찢어지고 살이 완전히 휘어졌지만, 새로 사기엔 비용이 너무 커서 수리를 요청했다. 그는 프레임을 모두 분해하고, 천은 직접 재봉틀로 다시 꿰맸다. 3일간의 작업 끝에 파라솔은 다시 원래 자리를 찾았다. 카페 주인은 “새로 산 것보다 더 튼튼하다”며 웃었다.
버려지는 것을 살리는 마음으로 시작된 장인의 하루
박 장인은 파라솔을 단순히 그늘막으로 보지 않는다. “파라솔 아랫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장사하는 사람도, 쉬는 사람도.” 그래서 그는 최대한 원래 모습을 살려 수리한다. 천을 교체할 때도 색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고, 낡은 살은 직접 용접해 사용한다.
특히 시장 상인들에게 그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여름철 파라솔이 없으면 물건도, 사람도 뜨거운 햇볕에 지치기 때문이다. 박 장인은 “햇빛도 필요하지만, 그늘도 꼭 있어야 해요. 사람 마음도 그래요”라고 말한다. 그는 이 일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늘이 필요한 모든 곳에 장인의 하루가 시작된다
지금도 박상진 장인의 작은 작업실에는 찢어진 천, 구부러진 프레임, 헌 나사가 쌓여 있다. 하지만 그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 “다 고칠 수 있어요. 방법만 찾으면.” 그는 매일 아침 파라솔 구조도를 그리고, 새롭게 들어온 의뢰품을 확인한다.
그가 고친 파라솔은 시장뿐 아니라, 학교 운동장, 공원, 카페 등지에서 다시 펼쳐진다. “사람들이 그늘 아래 편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괜찮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햇빛과 그늘 사이를 지키는 일로 흘러간다.
서울 시장 골목, 고장 난 파라솔을 다시 살리는 장인이 있다. 그늘을 지키는 그의 손끝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장인의 하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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