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는 유리화 장인

goomio1 2025. 7. 11. 11:50

장인의 하루엔 투명한 창 위에 색을 입히는 사람이 있다

유리는 보통 투명해야 가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투명함 위에 색을 입혀 또 다른 세상을 만든다. 서울 마포구의 오래된 공방 골목, 낡은 건물 안 작은 작업실. 그곳에서 김현수(가명, 59세) 씨는 오늘도 조용히 유리창 위에 붓을 움직인다. 그는 35년간 유리화만을 그려온 장인이다.

김 장인이 그리는 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카페 창문, 교회 스테인드글라스, 가정집 욕실 유리문 등. 그곳에 그는 빛과 색을 입혀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다. “유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투명한 벽이기도 해요. 저는 그 위에 색을 얹어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거죠.” 그의 하루는 투명함 속에 이야기를 더하는 일로 채워진다.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는 유리화 장인의 하루

유리 위에 남는 것은 그림보다 온기인 장인의 하루

유리화는 생각보다 어렵고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일반 페인트와 달리, 유리 전용 안료는 빛과 온도에 민감하다. 김 장인은 항상 날씨와 습도를 체크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비 오는 날엔 색이 쉽게 번지니까, 반드시 맑은 날에만 작업해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홍대 인근의 한 작은 카페 창문이다. 의뢰인은 “사람들이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서도, 동시에 안에서 바깥 풍경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김 장인은 창 전체를 가리지 않고, 창문 위쪽 절반에만 연한 나무와 새를 그렸다. 그 아래로는 투명함을 남겨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 안과 밖을 오가게 했다. 완성된 후 카페 주인은 “손님들이 창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라고 말했다.

 

색을 입히는 것은 공간보다 사람이라고 말하는 장인의 하루

김 장인은 유리화를 단순한 인테리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공간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색도 달라져요.” 그래서 그는 의뢰를 받으면 반드시 공간을 직접 방문하고,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치매 요양원의 유리문 그림이었다. 요양원 측은 환자들이 복도를 헷갈리지 않도록 문마다 다른 색과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김 장인은 각 복도 끝 유리창마다 나무, 새, 하늘, 강 등 자연 풍경을 그렸고, 색감은 환자들의 심리 안정에 맞춰 부드러운 톤으로 맞췄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은 복도를 쉽게 구분하고,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김 장인은 “유리가 길이 되고, 그림이 방향이 된 셈이죠”라고 말했다.

 

투명함 위에 쌓이는 기억이 장인의 하루이다 

요즘은 시트지나 인쇄 유리 디자인이 흔하다. 하지만 김현수 장인은 여전히 손으로 그린다. “손으로 그려야 사람 마음도 들어가요. 기계로 찍은 건 마음이 없죠.” 그의 작업실 한쪽에는 완성된 유리화 조각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그는 가끔 자신이 그린 창문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말없이 시간을 보낸다. “빛이 지나갈 때 그림자가 어떻게 생기는지 보는 게 가장 좋아요.” 유리화는 그림이지만, 동시에 빛의 예술이기도 하다. 김 장인은 오늘도 투명한 창 위에 색을 얹고,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서울의 한 골목 장인의 하루가 시작된다, 유리창에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인. 투명한 창 위에 색과 온기를 남기는 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