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공예는 단순히 실을 엮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한 땀 한 땀 엮어내는 삶의 기록이자 마음의 언어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의복, 장신구, 불교 의례, 궁중 장식에까지 매듭이 쓰였다. 단순히 장식을 넘어, ‘복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빠른 소비문화가 자리 잡은 오늘날, 매듭은 낡고 불편한 전통으로 치부되며 점차 잊혀가고 있다. 이 전통을 다시 현대에 되살려내는 이가 있다.

바로 50년 동안 매듭과 함께 살아온 김은정(가명) 장인이다. 그녀의 하루는 여전히 실타래와 함께 시작되고, 실과 마음을 엮어내는 과정 속에서 삶의 무게를 전한다.
장인의 하루는 아침 햇살과 함께 시작되는 매듭의 길이다
김 장인의 하루는 해가 떠오르기 전 조용한 작업실에서 시작된다. 한쪽 벽에는 형형색색의 실타래가 가지런히 걸려 있고, 창가에는 작은 부처상이 놓여 있다. 그녀는 매듭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실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실을 고르는 순간, 이미 작품의 운명이 정해져요.” 그녀의 말처럼, 매듭은 단순히 묶는 것이 아니라, 실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이른 아침 그녀는 먼저 작은 ‘동심결’을 엮는다. 두 개의 고리가 서로 물고 있는 형태의 이 매듭은 화합과 연결을 상징한다. “사람의 인연도 이 매듭 같아요. 단단히 묶이되, 억지로 죄지 않고, 서로의 숨을 틔워주는 거죠.” 그녀의 하루는 그렇게 매듭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시작된다.
매듭에 담긴 의미와 상징이 있는 장인의 하루
매듭 공예에는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화매듭’은 장수를, ‘거북이매듭’은 장수를, ‘나비매듭’은 자유와 행복을 상징한다. 김 장인은 이런 의미를 설명하며, 전통 속에서 이어져온 상징체계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요즘 액세서리를 아무 생각 없이 사서 걸지만, 옛사람들은 작은 매듭에도 의미를 담았어요. 그래서 매듭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부적 같은 존재였죠.” 그녀는 전통 매듭을 현대적으로 응용해 핸드폰 줄, 가방 장식, 액세서리 등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듭을 귀엽다고 하고, 외국인 관광객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장식품’이라며 좋아한다.
장인의 하루엔 사라져 가는 전통, 그리고 고집이 담겨 있다
그러나 매듭 장인의 길은 늘 순탄치 않았다. 한때 궁중 장식이나 혼례 예식에서 필수였던 매듭은 점차 사라져, 장인들의 생계마저 위협받았다. 김 장인 역시 생활고로 공장을 다닐까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매듭을 버리지 않았다. “손끝에서 태어난 매듭이 나를 붙잡아줬어요. 매듭을 놓으면, 제 삶의 의미도 사라지는 것 같았죠.”
이후 그녀는 꾸준히 매듭을 연구하고, 지역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 안 되는 수강생들이 있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나며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왔다. 지금은 한국 전통 매듭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바라는 이들 가운데 선두에 서 있다.
매듭의 오늘과 내일이 장인의 하루로 이어진다
김 장인은 오늘날 매듭을 단순히 과거의 장식으로 두지 않는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패션 소품, 생활 인테리어, 현대 미술 작품에도 매듭을 적용하고 있다. “매듭은 한국의 미학을 상징하는 패턴이에요. 단순히 묶는 기술이 아니라, 연결과 조화를 의미하죠.”
그녀는 또한 SNS를 통해 전통 매듭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해외 팔로워들은 한국 매듭을 보고 ‘이건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라며 댓글을 남긴다. 그녀의 작품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마무리
김은정 장인의 하루는 작은 매듭 하나에서 시작해, 세상과 사람을 잇는 길로 이어진다. 매듭은 단순히 실을 엮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재, 한국과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의 예술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 매듭은 오늘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 희망과 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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