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종이발 장인 – 빛과 그림자를 엮는 손끝

goomio1 2025. 9. 18. 07:54

종이발은 우리의 전통 가옥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한옥의 창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틀 안에 얇게 붙여진 한지가 바람을 막아주고, 햇살을 은은하게 걸러내며 공간을 따뜻하게 만든다.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빛과 그림자를 조율하는 지혜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현대 아파트와 유리창의 보급으로 종이발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지금은 일부 전통 건축이나 문화재 복원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 사라져 가는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이가 있다.

빛과 그림자를 엮는 좋이발 장인의 하루

바로 이재훈(가명) 장인이다. 그는 45년간 종이발을 만들며, 빛과 그림자의 미학을 오늘날에도 전하고 있다.

 

 

장인의 하루는 종이와 나무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한지를 마주하는 일로 시작된다. 그는 먼저 종이발에 맞는 나무를 고른다. 나무는 대체로 소나무나 오동나무를 쓰는데, 결이 곱고 뒤틀림이 없어야 한다. “나무가 제대로 서야 종이발이 오래 버팁니다.” 그는 늘 나무를 다듬으며, 마치 사람의 성품을 들여다보듯 관찰한다.

나무틀을 완성한 뒤에는 한지를 붙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풀이다. 밀가루풀이나 쌀풀을 고와서 발라야, 시간이 지나도 종이가 잘 붙는다. 그는 풀을 바르며 손끝으로 종이를 살살 펴 나간다. “풀칠은 마음을 고르는 과정이에요. 급하게 하면 종이가 울고, 마음이 흔들리면 금세 티가 나죠.” 그의 새벽은 나무와 종이,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으로 흘러간다.

 

빛과 그림자를 짓는 일들이 장인의 하루이다

종이발의 매력은 단순히 바람을 막는 데 있지 않다. 햇살이 종이 위를 스칠 때, 은은하게 비쳐드는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여름에는 바람을 부드럽게 흘려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지켜준다. 이 장인은 “종이발은 자연과 집을 연결하는 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종이발을 붙인 창호 앞에 앉아 햇살이 어떻게 변하는지 늘 관찰한다. 아침의 부드러운 빛, 정오의 강한 빛, 저녁의 붉은빛이 종이를 통해 달라진다. 그는 “종이발은 빛을 다스리는 예술”이라며, 단순한 건축 요소가 아니라 생활 속 미학임을 강조한다.

 

장인의 하루에는 사라져가는 기술의 아쉬움이 숨어 있다

오늘날 종이발 장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다수 건물은 유리창과 알루미늄 샷시로 지어지고, 한옥조차도 편리성을 이유로 전통 창호 대신 합성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장인은 그 현실이 안타깝다. “종이발을 붙일 줄 아는 젊은이가 없어요. 기술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이 사라지는 겁니다.”

실제로 그는 문화재 복원 작업에도 참여하지만, 그마저도 일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비록 찾는 이가 적어도, 종이발 하나만큼은 제대로 만들고 싶어요. 제가 멈추면, 이 전통은 끊기니까요.” 그의 고집은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뿌리를 지키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종이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고 싶은 장인의 하루

이 장인은 전통 종이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단순히 창호에만 쓰지 않고, 조명 갓, 파티션,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외국 전시에서는 한지 종이발 조명이 큰 인기를 끌었다. “외국인들은 종이발을 보고 ‘자연과 공간이 대화하는 예술’이라며 감탄합니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전통 종이발의 기법을 현대 디자인에 접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의 바람은 종이발이 단순히 박물관 속 전통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존재로 자리 잡는 것이다.

 

마무리

이재훈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종이, 그리고 햇살과 함께 흐른다.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종이발은 단순한 건축 요소가 아니라, 빛과 그림자를 엮는 예술이다. 종이발은 한옥의 숨결을 전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따뜻한 의미를 건넨다.

 

종이발을 잊지 않는 일은 단순히 과거의 건축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