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순천 전통 장독대 장인 – 흙과 숨결이 만든 발효의 집

goomio1 2025. 9. 7. 07:42

한국의 음식 문화에서 장독대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다. 장독대 속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 음식이 숙성되며, 그 집안의 맛과 전통이 이어진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생활이 늘어나면서 마당에 장독대를 두는 집은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방식으로 장독을 빚는 장인들이 있어 우리의 발효 문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 40년 넘게 흙을 빚어 장독을 만든 김민호(가명) 장인은 흙과 불, 그리고 발효의 철학을 담아내는 인물이다. 그의 하루는 단순히 그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지키는 과정이다.

 

흙과 숨결이 만든 장독대 장인의 하루

흙을 다듬는 첫 손길로부터 장인의 하루는 시작된다

장독의 품질은 흙에서 시작된다. 김 장인은 순천 인근 산에서 나는 붉은 황토를 직접 채취한다. 황토는 단단하면서도 숨을 쉴 수 있는 성질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발효 과정에서 장이 제대로 익는다. 그는 흙을 곱게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을 섞어 며칠 동안 반죽을 숙성시킨다. “흙이 살아 숨 쉬어야 장독도 숨을 쉽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흙은 장독의 심장이자 뼈대다.

 

장인의 하루는 손으로 빚어낸 장독의 몸체이다

흙이 준비되면, 그는 큰 원형의 바탕을 만들고 손과 도구를 이용해 몸체를 하나하나 쌓아 올린다. 장독은 크기에 따라 수십 리터에서 수백 리터까지 다양하다. 장독을 빚는 일은 단순히 흙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두께와 균형을 유지하는 정밀한 작업이다. 조금만 기울어져도 장독은 가마 속에서 무너진다. 그는 땀을 흘리며 흙벽을 쌓아 올리고, 손바닥으로 매끈하게 다듬으며 장독의 형태를 완성한다.

 

불 속에서 태어나는 숨결이 담겨있는 장인의 하루

완성된 장독은 며칠 동안 그늘에서 말린 뒤 전통 장작가마에 넣어 구워낸다. 가마 속에서는 1,300도의 불길이 흙을 단단하게 굳힌다. 불의 세기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장독의 색과 질감이 달라진다. 김 장인은 가마 앞을 지키며 불길과 대화를 나눈다. “불은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unpredictability 속에서만 진짜 장독이 태어나지요.”
가마에서 나온 장독은 깊은 갈색의 빛을 띠며, 표면에는 미세한 숨구멍이 남아 있다. 이 숨구멍이 발효 음식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만든다.

 

장인의 하루는 장독대의 미래이다

현대 주거 환경에서는 장독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김 장인은 여전히 이 전통을 지키고 있다. 그는 최근 소규모 아파트용 장독을 제작해 젊은 세대에게도 발효 문화를 전하고 있다. 또한 장독 빚기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발효와 전통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장독은 단순한 그릇이 아니다. 그것은 수백 년 이어져온 한국 음식 문화의 근간이며, 집안의 맛을 지켜온 삶의 흔적이다. 오늘도 순천의 가마에서는 장인의 숨결이 담긴 장독이 태어나고 있다.

 

순천 장독 장인 김민호, 흙과 불로 발효의 집을 빚다. 한국 전통 장독대의 세계와 장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