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주 소리굽쇠 장인 – 쇳소리에 혼을 불어넣다

goomio1 2025. 9. 10. 07:41

전주는 판소리의 고향으로 유명하지만, 그 소리를 완성하는 도구 중 하나가 소리굽쇠다. 소리굽쇠는 악기나 목소리의 음정을 맞출 때 사용되는 작은 쇠붙이로, 정확한 음을 내는 것이 생명이다. 하지만 대량 생산되는 기계 제품이 대부분인 요즘, 전통 방식으로 소리굽쇠를 제작하는 장인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주에서 45년간 대장간 불 앞을 지켜온 김영수(가명) 장인은 여전히 망치와 불을 이용해 손으로 소리굽쇠를 만든다.

쇳소리에 혼을 불어넣는 장인의 하루

그의 하루는 단순한 금속 작업이 아니라, 음악의 뿌리를 지켜내는 길이다.

 

장인의 하루는 불과 망치로 아침을 시작한다

새벽이 되면 그는 대장간의 불을 피운다. 숯불이 달아오르면 쇳덩이를 불 속에 넣고 기다린다. 붉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집게로 꺼내 망치로 두드리면, 쇳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진다. 작은 소리굽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수십 번의 두드림이 필요하다.
그는 쇠의 두께와 길이를 오차 없이 조절해야 한다. “소리굽쇠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듣는 겁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망치질을 멈추고 쇠를 귀에 대어 소리를 확인하는 모습은 마치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 같다.

 

장인의 하루는 정확한 음을 찾는 연속이다

소리굽쇠는 표준 음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다. 김 장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쇠를 두드리며 음정을 맞춘다. 때로는 아주 미세한 길이 차이가 음정의 정확도를 좌우한다.
그는 소리굽쇠를 만들 때마다 판소리 명창이나 국악인들에게 직접 소리를 들려주며 피드백을 받는다. “장인은 혼자 완성하는 게 아닙니다. 음악인들의 귀가 곧 제 기준이지요.” 그의 소리굽쇠는 전국 국악단과 음악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 음악가들도 찾는다.

 

쇠와 음악 사이에서 단련하는 장인의 하루

사람들은 흔히 대장간을 거친 노동의 현장으로만 생각하지만, 김 장인에게는 음악적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매일 같은 음을 내며 귀를 단련하고, 오차 없는 소리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한다. “쇠를 다루지만, 제 마음은 늘 소리를 향해 있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소리굽쇠는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니라, 음악의 기초를 만드는 도구다. 그 소리는 장인의 땀과 시간, 그리고 귀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오늘도 후계자를 기다리며 장인의 하루는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소리굽쇠 제작을 배우려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 기계로 찍어내는 제품이 훨씬 싸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장인은 여전히 공방의 불을 지키며 제자를 기다린다. 그는 최근 지역 문화재단과 협력해 ‘소리굽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장인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오늘도 그의 대장간에서는 쇳불이 타오르고,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울림은 단순한 쇠의 소리가 아니라, 한국 음악의 뿌리를 이어가는 장인의 숨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