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불상, 탑, 궁궐 장식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황금빛이다. 이 황금빛은 금박(金箔)을 얇게 두드려 장식물에 입히는 기법에서 비롯되었다. 금박은 단순히 화려함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신성함과 위엄을 상징하는 예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계로 가공한 금박지가 대부분 사용되고, 전통 방식으로 금박을 제작하는 장인은 드물다. 경주에서 활동하는 59세의 장인 이현우(가명) 씨는 여전히 망치와 손끝으로 금박을 두드리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얇음을 향한 도전의 연속이 장인의 하루이다
금박은 금을 종잇장처럼 얇게 펴는 기술이다. 장인은 작은 금덩이를 가죽 사이에 넣고 망치로 두드리며 얇게 늘린다. 수천 번의 두드림 끝에 금은 머리카락보다 얇아져 종이처럼 변한다.
그는 망치를 드는 순간부터 집중한다. 두드리는 힘이 일정해야 하고, 표면이 고르게 퍼져야 한다. 조금이라도 두께가 달라지면 금박은 사용하기 어렵다. “얇음을 향한 싸움이지요. 금은 끝까지 다루기 어려운 재료입니다.”
장인의 하루는 황금빛이 머무는 곳들이다
완성된 금박은 불상이나 건축물 장식에 붙여 사용된다. 장인은 전통 아교를 이용해 금박을 표면에 입힌다. 손끝으로 금박을 붙일 때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때문에 숨을 고르고 작업한다. 금박이 나무나 돌 위에 안착하면, 마치 태양빛을 머금은 듯 황금빛이 번진다.
그는 종종 복원 작업에도 참여한다. 오래된 불상이나 건축물의 금박이 벗겨지면, 그는 수개월간의 세밀한 작업으로 본래의 빛을 되살린다. “금박은 단순히 화려함이 아니라, 수백 년 전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황금빛 고독들로 채워지는 장인의 하루
금박 장인의 길은 외롭다. 눈에 띄지 않는 작업이고, 수요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경주의 빛도 점차 사라집니다.” 그는 지금도 매일 망치를 들고 금을 두드린다. 그 두드림 속에는 천년의 역사와 장인의 고집이 담겨 있다.
장인의 하루엔 빛을 잇는 사람이 있다
최근 그는 금박 기법을 현대 공예와 접목하고 있다. 액세서리, 장식품, 현대 미술 작품에 금박을 입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간다. 또한,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 전통 금박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황금빛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경주 천년의 역사와 정신을 오늘에 잇는 빛이다. 오늘도 그의 공방에서는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얇아진 금박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경주 금박 장인 이현우, 황금빛으로 역사를 덧입히는 전통 금박 공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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