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는 벽돌 하나가 만든 도시의 얼굴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만이 아니다. 그 사이, 작고 단단한 벽돌 하나하나가 쌓여 하나의 분위기와 감성을 만든다. 누군가는 지나치고, 누군가는 그 위에 기대고, 누군가는 그 아래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벽돌을 직접 손으로 쌓아온 장인이 있다. 서대문구의 조적 장인, 김태곤(가명, 61세) 씨다.
그는 37년 동안 벽돌만을 다루며 집과 담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벽돌장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스스로를 “공간의 결을 다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벽돌은 도시의 피부예요. 나는 그 피부를 매끄럽게 다듬는 겁니다.”
장인의 하루인 벽돌을 쌓는 건 인내의 예술이다
조적 작업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작은 오차 하나로 인해 전체 구조가 무너지기도 한다. 김 장인은 말한다. “벽돌 하나하나가 사람의 표정 같아요. 삐뚤면 금방 티 나죠. 그래서 항상 똑같은 리듬과 무게로 손을 움직여야 해요.”
그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꼭 하루를 현장에서 묵는다. 주변의 소리, 빛의 방향, 습기 상태 등을 보고 적합한 몰탈 비율을 결정한다. 그리고 작업 중에는 절대 말을 하지 않는다. “벽돌은 말보다 손의 감각을 믿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카페로 바꾸는 프로젝트였다. 기존 담장을 해체한 뒤, 같은 크기의 벽돌을 600장 넘게 손으로 갈아낸 후 다시 쌓았다. 완성된 벽에는 새로움과 오래됨이 동시에 담겨 있었고, 건축주는 말했다. “이 벽이 이 집의 얼굴이에요.”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오래 남는 기술을 가진 장인의 하루
김 장인의 작업은 화려하지 않다. 벽돌을 정직하게 쌓고, 줄눈을 깔끔히 다듬고, 구조를 단단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벽은 오래 남는다. 몇몇 벽돌 건축물은 2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젊은 기술자들에게 “빠른 속도보다 균형을 배워라”라고 말한다. “벽은 그 사람의 리듬을 그대로 담거든요. 조급하면 삐뚤고, 흔들리면 무너져요.” 실제로 그는 초보 기술자에게 하루에 한 줄만 쌓게 하고, 나머지는 직접 손질한다.
건축주 중에는 그에게 “그냥 기계로 빨리 쌓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는 거절한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벽 하나에도 감정이 담겨야 오래 버팁니다.”
도시의 결을 만드는 이름 없는 손길을 가진 장인의 하루
김태곤 장인은 현장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지 않는다. 그가 쌓은 벽엔 작가 사인도, 태그도 없다. 다만 벽돌의 수평, 수직, 줄눈의 곧음이 그의 손길을 증명할 뿐이다. 그는 자신이 쌓은 벽이 사람들의 기대는 배경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그 벽에 기대어 쉬었다면, 나는 내 일을 잘한 겁니다.”
지금도 그는 일주일에 3일은 시멘트를 직접 배합하고, 벽돌을 수작업으로 손질한다. 가끔은 골목 어귀 낡은 담장을 혼자서 다시 수리하기도 한다. “벽은 말이 없지만, 사람보다 오래 남아요.” 그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묵직하다. 벽돌 하나하나가 그의 철학을 담고 있고, 그의 손끝이 도시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서울의 한 조적 장인이 벽돌을 쌓는다. 도시의 피부를 다듬는 그의 손끝은 공간에 온기와 균형을 더한다. 그리고 이것이 장인의 하루이다
'장인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라디오에 생명을 불어넣는 수리 장인 (0) | 2025.07.10 |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망치 대신 붓을 든 골목길 페인트 장인 (0) | 2025.07.10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중 낡은 LP판을 되살리는 음악 수복 장인 (0) | 2025.07.09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중 전통 짚신으로 현대를 걷는 장인 (0) | 2025.07.09 |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중 시계 속 시간을 복원하는 기술자 (0)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