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충무로 뒷골목. 화려한 상점가 사이에 자리 잡은 허름한 간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 수제 구두방’. 작은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면 진한 가죽 냄새와 광택제 향이 뒤섞인 공방 특유의 공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구두가 가지런히 놓인 진열대 뒤편에는 오래된 작업대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위에는 송곳, 바늘, 망치, 실이 정리돼 있다. 이곳의 주인공은 72세의 김상호(가명) 장인. 그는 반세기 넘게 오직 수제 가죽구두 하나만을 만들며 살아온 장인이다. “구두는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인생을 함께 걷는 친구 같은 존재죠.” 그의 말에서 이미 구두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묻어난다. 구두 장인의 아침, 가죽을 고르는 순간 장인의 하루는 시작된다김 장인의 하루는 새벽 일찍, 시장에서 가죽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