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춘 시계, 사람의 기억도 멈추는 장인의 하루사람들은 시계가 멈추면 단순히 고장 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시계가 아버지의 유산이고, 누군가에게는 연인의 마지막 선물이며, 어떤 이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한 순간이 담겨 있다.서울 종로구 종묘 근처, 낡은 시계 수리점 하나가 있다. 간판도 희미하고, 창문엔 먼지가 앉아 있지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십 개의 시계들이 조용히 벽을 채우고 있다. 그 가운데 작은 작업대를 지키는 이가 있다. 이정환(가명), 72세 시계 장인이다. 그는 45년 넘게 사람들의 시계를 고쳐왔다. “나는 시간을 고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