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7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라디오를 되살리는 빈티지 전자 장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라디오는 추억 속 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소리가 어린 시절의 유일한 친구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다세대 건물 지하. 고전적인 튜닝 소리와 진공관의 불빛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이석진(가명, 64세) 장인은 고장 난 라디오를 수리한다. 그는 전자기기 수리 경력 40년, 빈티지 오디오와 라디오 복원만 전문으로 해온 전자 수리 장인이다.그는 말한다. “요즘 기계는 소리를 내지만, 옛 라디오는 감정을 전해요. 그걸 살리는 게 내 일이죠.” 삐걱대는 소리 속에 숨은 사연이 담긴 장인의 하루라디오 수리는 외형만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부 회로, 진공관, 스피커 콘 등 수십 년 묵은 부품들을 살펴야 한다. 이석진 장인은 납땜 냄새 가득한 작업대에서 고장 원인을 짚어낸..

장인의 하루 2025.08.03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돌담을 쌓는 석공 장인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담벼락이 눈에 들어온다.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엔 세심한 손길과 반복된 기술의 흔적이 느껴진다. 충남 예산의 한 시골 마을. 작은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에, 여전히 손으로 돌을 쌓아 올리는 한 장인이 있다. 박윤호(가명, 73세) 씨는 50년 이상을 전통 방식으로 돌담을 쌓아온 석공 장인이다.박 장인은 말한다. “돌은 말이 없어요. 하지만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사람 마음이 담기죠.” 그의 하루는 단단한 돌 위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얹는 시간이다. 장인의 하루 돌담은 단단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인내의 결과다박윤호 장인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돌을 먼저 본다. 돌은 절대 억지로 끼워 넣을 수 없다. 돌의 모양, 무게, 균형을 손으로 만져가며 맞춰야 한다...

장인의 하루 2025.08.02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수제 가죽 벨트를 만드는 가죽 공예 장인

벨트는 흔한 패션 아이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을 함께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된 가죽 제품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손으로 만든 단 하나의 벨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가죽 공방에서 정재헌(가명, 59세) 장인은 하루 종일 가죽을 재단하고 꿰매며 살아간다. 그는 30년 이상 수제 가죽 벨트만을 만들어 온 전통 가죽 장인이다.정 장인은 말한다. “가죽은 속이지 않아요. 손이 정직하면, 결과도 정직하게 나옵니다.” 가죽은 손에 닿은 시간만큼 깊어진다 이것이 장인의 하루이다벨트를 만들기 위해 그는 먼저 원피(原皮)를 고른다. 소가죽, 말가죽, 송아지 가죽 등 질감과 강도,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그는 “손에 오래 잡히면 잡힐수록 좋은 벨트가 돼요. 가죽은 손을 기..

장인의 하루 2025.08.0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금속 식기를 광내는 금속 세공 장인

사람은 유행에 민감하지만, 금속은 그렇지 않다. 오래된 그릇은 변색되고 광을 잃지만, 본래의 빛은 여전히 그 안에 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허름한 철물점 안, 깊숙한 공간에 금속을 닦는 장인의 손이 있다. 이창규(가명, 68세) 씨는 40년간 놋그릇, 은기, 스테인리스 식기 등을 복원해 온 금속 세공 장인이다.이 장인은 말한다. “금속은 죽지 않아요. 닦고 다듬으면, 다시 반짝이죠. 사람 기억도 그래요.” 광을 잃은 식기에 남아 있는 기억을 담는 장인의 하루그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녹슨 놋그릇이나 검게 변한 은 접시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버리려다 마지막으로 찾아온다. 그는 금속의 종류를 파악한 후 손에 맞는 도구를 골라 연마를 시작한다.기억에 남는 작업은 한 60대 여성이 가져온 은수저 세트였다...

장인의 하루 2025.07.31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나무 숟가락을 깎는 수공예 목기 장인

누군가는 플라스틱 숟가락을 쓰고, 누군가는 스테인리스 식기를 선호하지만, 여전히 나무 숟가락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손에 닿는 촉감과 입안에 닿는 감각이 주는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좁은 골목 끝, 작고 조용한 목공 공방에는 최도열(가명, 66세) 장인이 있다. 그는 38년간 나무 숟가락과 국자, 젓가락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온 전통 수공예 목기 장인이다.그는 말한다. “숟가락은 입으로 들어가는 물건이잖아요. 만드는 손이 정직해야 그걸 쓰는 사람도 안심하죠.” 장인의 하루엔 나무는 느리게 자라고, 숟가락도 느리게 만들어진다최 장인의 하루는 나무를 만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목기 제작은 나무 고르기부터가 작업의 시작이다. 그는 통나무를 직접 구매해 건조시키고, 결이 잘 드러나는 부..

장인의 하루 2025.07.30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라이터를 복원하는 소품 수리 장인

한때는 남자의 멋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일부였던 라이터. 지금은 일회용 전자라이터에 밀려 구식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낡은 라이터를 손에 쥐며 시간을 떠올린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골목 안, 조용한 금속 소품 공방에서 정우철(가명, 66세) 장인은 고장 난 오래된 라이터를 복원하며 하루를 보낸다.그는 40년 이상 라이터 복원과 소품 수리를 전문으로 해온 장인으로, 지포(Zippo)·듀퐁(Dupont)·IM코로나 등 빈티지 수동 라이터의 기능과 감성을 되살리는 일을 한다.정 장인은 말한다. “불이 다시 붙으면, 기억도 다시 살아나요. 나는 단순히 라이터를 고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멈춰둔 시간을 이어주는 겁니다.” 오래된 라이터에는 사연이 남는다고 믿는 장인의 하루정 장인의 공방을 찾..

장인의 하루 2025.07.29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종이 연을 손으로 만드는 연 제작 장인

하늘을 그리는 장인의 하루, 땅에서 바람을 기다리다연을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어린 시절. 겨울바람이 불면 동네 골목과 논두렁엔 알록달록한 연이 하늘을 수놓았고, 그 끈을 잡은 아이들의 눈엔 설렘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제 연은 더 이상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다. 사라진 전통이자, 누군가의 손끝에서만 간신히 이어지는 기술이다.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오래된 한옥 작업실에서 노영만(가명, 73세) 장인은 오늘도 종이와 대나무를 손에 쥐고 연을 만들고 있다. 그는 45년 넘게 전통 연 제작에 삶을 바쳐온 장인이다.노 장인은 말한다. “하늘에 연을 띄우는 건 바람만으로는 안 돼요. 땅에서 만들어야 떠요. 손끝에서 바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땅에서 시작해 하늘로 이어진..

장인의 하루 2025.07.28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보자기를 염색·복원하는 전통 염색 장인

색은 바래도 정성은 남는 장인의 하루한때는 귀한 물건을 싸는 용도였던 보자기. 지금은 보기 힘든 그 천 위에는 옛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이 스며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골목의 작은 염색 공방에서는 윤말선(가명, 69세) 씨가 오늘도 빛바랜 보자기를 염색하고 있다. 그녀는 40년 넘게 천연 염색과 전통 보자기 복원에 몸담아 온 장인이다.윤 장인은 말한다. “색이 빠진다고 기억까지 지워지는 건 아니에요. 다시 물들이면 그 마음도 돌아옵니다.” 그녀의 하루는 사라져 가는 색에 생명을 다시 입히는 일로 채워진다. 보자기는 단순한 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장인의 하루윤 장인은 복원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천의 직조 상태와 원단의 연식, 색상 조화를 분석한다. “보자기는 천이 아니라, 마음을 싸는 도구예요.”기억에 남..

장인의 하루 2025.07.27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낡은 바이크를 복원하는 클래식 오토바이 장인

장인의 하루는 쇳덩이 위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사람들은 낡은 오토바이를 보면 ‘버릴 때가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 근처의 한 정비소에서는 달리 생각한다. 최성필(가명, 62세) 장인은 30년 이상 클래식 바이크 복원과 수리에 몰두해 온 정비 장인이다. 그는 말한다. “오토바이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로망이에요. 사람마다 추억이 다 달라요.”그의 하루는 녹슨 프레임을 다시 갈고, 시동이 걸리지 않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는 일로 가득하다. 클래식 바이크는 장인의 하루가 이은 기억을 탈것이다최 장인은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고객에게 그 오토바이를 타던 시절 이야기를 묻는다. “이건 그냥 고치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거니까.”기억에 남는 작업으로는 ..

장인의 하루 2025.07.26

장인의 하루인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손목시계를 수리하는 손목시계 장인

장인의 하루는 멈춘 시계 속에도 시간이 흐른다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지만, 손목 위에 있는 그것은 종종 사람의 시간을 대변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시계, 첫 월급으로 산 시계, 혹은 오래된 연인의 선물. 시계가 멈추면 그 기억도 멈춘 것 같지만, 서울 중구 신당동의 작은 시계 공방에서는 여전히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다. 이곳에서 김정택(가명, 67세) 장인은 40년 넘게 손목시계 수리만을 전문으로 해온 정밀 수공 장인이다.김 장인은 말한다. “시계는 작지만,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어요. 돌아가게 하면, 그 기억도 다시 움직입니다.” 그의 하루는 그렇게 멈춘 바늘을 다시 틱틱, 움직이게 만드는 일로 채워진다. 시곗바늘 뒤에도 감정들이 있는 장인의 하루김정택 장인은 시계를 맡으면 먼저 귀에 대고 ‘소..

장인의 하루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