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집 마당에는 늘 옹기가 있었다. 김치를 담그고, 된장을 발효시키며, 물을 저장하는 그릇으로 옹기는 제주인의 삶을 지탱했다. 특히 제주의 옹기는 화산섬 특유의 흙과 바람을 품고 있어 본토의 옹기와는 다른 개성을 지닌다. 하지만 오늘날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용기가 생활을 차지하면서, 옹기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 넘게 제주의 흙을 빚어 옹기를 만드는 강도윤(가명) 장인은 여전히 가마 앞을 지키며 불과 흙의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

화산섬의 흙으로 시작하는 제주 옹기 장인의 하루
제주의 옹기는 흙에서부터 다르다. 강 장인은 직접 화산재가 섞인 흙을 캐 와서 거르고 반죽한다. 이 흙은 단단하면서도 미세한 기공이 많아, 옹기가 ‘숨 쉬는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는 손으로 흙을 만져보며 점성을 확인하고, 며칠간 치대어 숙성시킨다. “흙은 살아 있습니다. 손끝으로 그 상태를 읽어야 하지요.”
장인의 하루는 손끝에서 빚어지는 곡선이 있다
옹기는 크기가 커질수록 제작이 어려워진다. 강 장인은 수십 킬로그램의 흙을 돌려가며 몸 전체로 빚어낸다. 옹기의 곡선은 단순히 예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효와 저장에 최적화된 구조다. “곡선은 흙이 스스로 원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 흐름을 따라갈 뿐이지요.”
그는 옹기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은 뒤, 전통 유약을 발라 광택을 낸다. 유약은 옹기의 숨구멍을 막지 않으면서도 내구성을 높여준다.
가마 속의 불과 바람과 싸우는 장인의 하루
옹기는 장작가마에서 구워낸다. 가마의 불길과 바람은 옹기의 색과 질감을 결정한다. 때로는 깊은 흑갈색, 때로는 붉은빛을 띠며, 같은 흙으로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강 장인은 수십 년의 경험으로 불의 세기와 바람의 흐름을 읽는다. “불은 늘 다릅니다. 그 unpredictability 속에서 옹기가 살아납니다.”
장인의 하루에 제주 옹기의 미래가 있다
강 장인은 오늘날 옹기가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옹기를 현대 생활에 맞게 소형화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숨 쉬는 제주 옹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하루는 흙과 불, 그리고 바람과 함께 한다. 옹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삶을 담아낸 예술이다. 오늘도 가마 앞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제주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 옹기 장인 강도윤, 화산의 흙과 불로 숨 쉬는 그릇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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