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도시로, 오랫동안 동해의 풍요로움을 품어왔다. 그중에서도 자개 공예는 바다에서 나는 조개껍질을 활용해 생활 속에 빛을 새겨 넣은 전통 예술이다. 조개껍질 속 은은한 빛깔을 갈고 다듬어 나무, 가구, 장신구에 붙여 넣으면,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는 문양이 탄생한다. 그러나 값싼 대량 생산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전통 자개 공예를 고수하는 장인은 손에 꼽힌다. 강릉에서 50년 가까이 자개 공예를 이어온 박성호(가명) 장인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빛을 작품에 새겨 넣으며, 잊혀가는 예술을 세상과 이어가고 있다. 그의 하루는 단순한 기술의 반복이 아니라, 수백 년 전통의 흔적을 오늘에 되살리는 과정이다.

바다에서 찾은 원료, 자개 장인의 하루의 시작이다
자개 공예는 바다에서 시작된다. 장인은 직접 어촌을 찾아 조개껍질을 수급한다. 전복, 소라, 진주조개 같은 껍질은 각각 다른 빛을 지니고 있다. 햇빛에 비추면 푸른빛, 분홍빛, 은빛으로 반짝이는데, 이것이 자개 공예의 재료가 된다.
그는 먼저 조개껍질을 깨끗이 세척한 뒤, 얇게 갈아낸다. 이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껍질이 너무 얇으면 쉽게 부서지고, 두껍게 남기면 붙이기 힘들다. 경험 많은 손길만이 적절한 두께를 가늠할 수 있다. “조개껍질은 바다의 흔적을 품고 있어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빛이 달라집니다.” 장인은 늘 바다와 대화하듯 원료를 고른다.
나무 위에 새겨 넣는 빛이 있는 장인의 하루
얇게 가공된 자개는 목가구나 작은 장식품 위에 붙여 넣는다. 장인은 먼저 나무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고, 자개가 들어갈 부분에 무늬를 새긴다. 꽃, 학, 구름, 파도 같은 문양이 주로 사용되는데, 각각 번영과 장수, 평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자개를 붙이는 과정은 정밀한 인내가 요구된다. 손끝으로 작은 조각을 맞추다 보면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조각 하나가 전체 작품의 균형을 바꾼다. “자개는 작은 빛의 조각이지만,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만듭니다.” 그의 말처럼, 작품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담은 빛의 모자이크다.
장인의 하루는 사라져 가는 전통으로 이어진다
현대 사회에서 자개 공예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값싼 수입품과 기계 가공품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박 장인도 한때는 작품이 팔리지 않아 공방 문을 닫을 뻔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멈추면 이 전통은 끊어집니다. 누군가는 끝까지 이어가야 합니다.”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개 공예 체험을 열어, 아이들에게 직접 자개를 붙여보게 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작은 조각을 다루기 어려워하지만, 반짝이는 빛을 붙여 넣으며 점차 눈을 반짝인다. 장인은 그 순간에 희망을 본다. “이 작은 체험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언젠가 다시 자개를 찾게 만들 거라 믿습니다.”
빛으로 여는 미래로 희망을 찾는 장인의 하루
최근 그는 전통 자개 기법을 현대 디자인과 결합하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가구, 액세서리에 자개를 입혀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개 장신구를 기념품으로 많이 찾는다. 그는 온라인 전시를 열어 해외에서도 자개 공예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박 장인은 말한다. “자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바다가 준 빛입니다. 그 빛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강릉의 작은 공방에서는 바다의 빛을 갈아내는 소리가 울리고, 그의 손끝에서 반짝이는 문양이 태어난다. 자개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며,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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