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서울 단청 장인 – 천년 사찰에 색을 입히는 손

goomio1 2025. 9. 8. 07:46

사찰이나 궁궐에 가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화려한 색의 단청이다. 단청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목재 건축물을 보호하고 건축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 채색 기법이다. 하지만 단청은 수백 번의 붓질과 섬세한 안료 조합이 필요한 고난도의 작업으로, 이를 전승하는 장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62세의 단청 장인 최지훈(가명) 씨는 30년 넘게 사찰과 궁궐에 색을 입혀온 인물이다.

천년 사찰에 색을 입히는 단청 장인의 하루

그의 하루는 천년의 역사 위에 새로운 색을 더하는 과정이다.

 

장인의 하루는 단청에 색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단청 작업은 색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최 장인은 천연 안료를 직접 갈아 곱게 만든다. 석청, 주황석, 청금석 같은 광물을 곱게 빻아 만든 안료는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그는 안료를 아교와 섞어 붓질하기 좋은 농도로 맞춘다. “단청의 색은 단순히 예쁜 색이 아닙니다. 각각의 색에는 불교적 의미와 길상이 담겨 있습니다.”
붉은색은 권위와 생명을, 푸른색은 하늘과 영원을, 노란색은 대지와 풍요를 상징한다. 그의 작업대 위에는 색색의 안료가 작은 그릇에 담겨 반짝이고 있다.

 

붓끝에서 태어나는 무늬가 담겨 있는 장인의 하루

단청은 목재 위에 직접 그려지기 때문에 초벌 작업이 중요하다. 나무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고, 바탕색을 입힌 뒤 무늬를 하나하나 그린다. 꽃, 구름, 연꽃, 연속무늬 등은 모두 상징성을 지니며, 건축물의 위상을 높인다.
최 장인은 손끝의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수백 번의 붓질을 반복한다. 작은 떨림 하나도 전체 무늬의 흐름을 깨뜨릴 수 있기에, 그는 작업할 때 숨조차 고르게 쉰다. “단청은 결국 인내입니다. 하루에 몇 미터도 나가지 못하지만, 그 속에서 색이 살아납니다.”

 

장인의 철학이 장인의 하루 곳곳에 묻어 있다

단청은 건축물의 겉모습만 꾸미는 것이 아니다. 나무를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단청을 단순히 장식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 장인은 말한다. “단청은 단순히 색칠이 아닙니다. 천년의 정신과 철학을 색으로 새겨 넣는 일이지요.”
그는 젊은 시절부터 전국의 사찰을 돌며 작업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단청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건축물과 함께 호흡하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인의 하루는 색을 이어가는 외로운 길이다

요즘 그는 젊은 제자들에게 단청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 안료와 기계식 채색에 익숙한 세대에게 전통 단청의 가치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단청이 사라지면, 우리의 궁궐과 사찰은 단순한 나무 건물로만 남을 것입니다. 색은 생명입니다.”
오늘도 그는 목재 위에 붓을 들고 색을 입힌다. 수백 년 후에도 사람들이 이 건축물 앞에서 감탄할 수 있도록, 그의 손끝은 천년의 색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단청 장인 최지훈, 천년 사찰에 색을 입히는 전통 단청의 세계와 장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