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오래전부터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바다와 함께 살아온 도시다. 하지만 이곳이 단지 어업과 바다만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다.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도시로, 군영과 관청, 그리고 양반가의 집들을 꾸미던 수많은 목공예 장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기도 하다.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통영 소목(木工)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나무의 결을 살려 가구를 만들고, 손끝으로 세월을 새겨 넣는 소목 장인의 삶은 단순히 ‘목수’라는 직업을 넘어선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통영에서 50년째 대패와 끌을 잡고 있는 이상훈(가명) 장인의 하루는 바로 그 증거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대화로 시작되는 아침으로부터이다
이 장인의 하루는 작업실 한가운데 놓인 큼직한 원목 앞에서 시작된다. 나무는 결마다, 나무종마다 성격이 다르다. 참나무는 단단해 강직하지만, 소나무는 유연하면서도 향기를 품고 있다. 그는 원목에 귀를 기울이고 손바닥으로 결을 느끼며 오늘의 작업 방향을 정한다. “나무는 사람과 같습니다. 고집스러운 나무도 있고, 부드러운 나무도 있지요. 결을 거슬러 가면 반드시 틀어집니다. 나무가 원하는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50년 동안 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만이 체득한 지혜다.
전통 도구로 완성되는 섬세한 손길이 있는 장인의 하루
이 장인의 작업실에는 전동 톱이나 기계 장비보다 오래된 대패, 끌, 망치가 주를 이룬다. 전동 장비는 편리하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결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패질을 할 때마다 나무에서 나는 청아한 소리를 듣고, 그날의 습도와 온도에 따라 깊이를 조절한다.
“한 번에 크게 깎아내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얇게 벗겨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나무도 상처를 덜 입고, 오래도록 숨을 쉽니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나무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세월의 이야기를 품은 예술품으로 변신한다.
장인의 하루는 고집스러운 외 길이다
통영 소목은 예로부터 장롱, 책장, 반닫이 같은 생활 가구로 유명했다. 하지만 요즘은 값싼 공장에서 찍어낸 가구들이 대세라 전통 소목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이 장인도 몇 번이나 손을 놓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다짐했다. “쉽게 버릴 수 없는 게 바로 손에 밴 기술입니다. 내 손이 멈추는 순간, 이 전통도 멈추지 않겠습니까.” 그 고집 덕분에 그는 지금도 통영에서 유일하게 전통 소목 기술을 지켜내는 장인으로 불린다.
미래로 이어지는 나무의 숨결을 담은 장인의 하루
이 장인은 최근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전통 가구의 기법을 현대적인 디자인에 접목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작은 반닫이를 모던한 인테리어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소목 기법으로 만든 소품들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나무는 오래 갈수록 빛이 납니다. 제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도 세월이 지나며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의미를 더하길 바랍니다.”
오늘도 그의 공방에서는 대패 소리와 나무 향이 가득하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장인의 손끝은 나뭇결 속에 또 다른 역사를 새기고 있다.
통영 소목 장인 이상훈, 나뭇결 속에 세월을 새기는 손끝. 전통 목공예의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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