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넓은 평야와 갯벌로 유명하지만,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공예품이 있다. 바로 화문석(花紋席)이다. 화문석은 왕실과 양반가에서 사용되던 고급 돗자리로, 모시풀과 왕골을 엮어 아름다운 꽃무늬를 새긴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사계절의 자리’라 불렸으며, 그 무늬 하나하나에 장인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기계 직물과 플라스틱 매트가 대중화되면서 화문석은 점점 잊혀 가고 있다. 72세의 장인 정순자(가명) 씨는 강화도에서 평생 화문석을 짜며 전통을 이어온 몇 안 되는 장인 중 한 사람이다.

그녀의 하루는 풀잎에 무늬를 새기며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다.
풀잎을 고르는 손끝을 담은 장인의 하루
정 장인의 하루는 왕골을 다듬는 일로 시작된다. 왕골은 습한 땅에서 자라는 풀로, 화문석의 주재료다. 잘 마른 왕골은 윤기가 흐르고 질기면서도 유연하다. 그녀는 직접 들판으로 나가 왕골을 베어 오고, 이를 삶아 햇볕에 바짝 말린 뒤 색을 입힌다. “왕골은 사람의 뼈대와 같습니다. 좋은 재료가 아니면 오래갈 수 없지요.” 이렇게 손질된 왕골은 실처럼 가늘게 찢겨 화문석의 씨줄과 날줄로 쓰인다.
장인의 하루는 무늬를 새기는 반복의 예술이다
화문석 짜기는 단순히 풀을 엮는 것이 아니다.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꽃과 나비, 구름과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들어낸다. 장인은 머릿속에 무늬를 그려놓고, 손끝으로 그 도안을 구현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무늬 전체를 어그러뜨릴 수 있기에, 집중력과 인내가 필수다.
정 장인은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앉아 손으로 풀잎을 엮는다. 몇 시간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녀의 손끝에서는 살아 있는 그림이 태어난다.
잊혀가는 전통 속 고독이 있는 장인의 하루
요즘 젊은 세대는 화문석을 잘 알지 못한다. 값싼 돗자리와 러그가 생활을 대체하면서, 장인의 기술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끔은 내 손이 멈추면 이 화문석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는다. 화문석은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강화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장인의 하루는 미래를 위한 씨앗 심기이다
정 장인은 최근 지역 문화센터에서 화문석 짜기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지루해하지만, 직접 풀잎을 엮어 작은 무늬를 만들 때 눈이 반짝인다. 그녀는 “아이들이 이 기술을 기억한다면, 화문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 화문석은 여전히 강화도의 여름을 시원하게 하고, 사람들의 삶 속에 전통의 무늬를 더하고 있다. 풀잎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녀의 삶은 오늘도 화문석 위에서 빛나고 있다.
강화 화문석 장인 정순자, 풀잎에 무늬를 새기며 삶을 기록하다. 전통 돗자리의 아름다움과 장인 정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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