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월동의 한 골목, 낮 햇살이 유리창을 통과하며 작업실 안에 무수한 색의 조각을 흩뿌린다. 이곳에서 박서진(가명, 52세) 장인은 25년간 스테인드글라스와 유리 공예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업실 한쪽에는 색색의 유리 조각이 산처럼 쌓여 있고, 반대편에는 완성된 유리 작품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는 말한다. “유리는 빛을 만나야 비로소 살아납니다. 빛이 없으면 그저 투명한 조각일 뿐이죠.”
장인의 하루는 유리의 색을 고르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유리 공예의 첫 과정은 색을 고르는 일이다. 같은 빨강이라도 빛의 방향과 강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박 장인은 주문을 받은 후, 고객이 작품을 설치할 장소와 조명을 직접 확인한다. 그런 뒤, 가장 어울리는 색 조합을 설계한다.
그는 한 교회의 창문 작업을 맡았을 때, 오전과 오후 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계산해 두 가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전에는 따뜻한 노란빛, 오후에는 깊고 차분한 청색이 주조를 이루게 했다.
유리를 자르고 다듬는 장인의 하루
유리를 자르는 작업은 단순히 칼로 긋는 게 아니다. 유리 전용 커터로 미세한 금을 내고, 손목의 힘을 조절해 원하는 모양대로 쪼개야 한다. 잘못하면 원하는 색과 형태가 망가지고, 심지어 손을 다칠 수도 있다.
박 장인은 “유리는 강하지만 동시에 깨지기 쉬운 존재”라며, 사람과 닮았다고 웃었다.
장인의 하루는 불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유리 조각은 납땜 작업으로 이어진다. 유리 조각을 한데 이어 붙이기 위해 고온의 인두를 사용해 납선을 녹여 고정한다. 이 과정에서 온도 조절은 필수다. 너무 뜨거우면 유리가 금이 가고, 너무 낮으면 납이 단단히 고정되지 않는다.
그가 만든 유리 작품은 빛을 받으면 마치 살아있는 듯 색이 변하고,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빛과 함께하는 순간 장인의 하루는 완성된다
완성된 유리 작품이 제 자리에 설치되는 순간, 박 장인은 항상 그 자리에 서서 빛이 작품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지켜본다. 그는 말한다. “작품은 제 손에서 떠나지만, 빛과 함께 계속 살아갑니다.”
그의 하루는 오늘도 유리 조각과 빛 사이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인천 송월동, 빛과 색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박서진 장인의 하루. 스테인드글라스와 유리 공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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