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오래된 LP판의 소리를 되살리는 아날로그 음향 장인

goomio1 2025. 8. 13. 05:58

서울 낙원상가 인근, 오래된 건물 2층에 들어서면 희미하게 들려오는 바늘 긁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나무 향이 풍겨온다. 그곳은 김세환(가명, 64세) 장인의 아날로그 음향 복원 작업실이다. 벽 한쪽에는 수십 장의 LP판과 턴테이블이 정리돼 있고, 반대편에는 고운 솔과 세척액, 미세한 나사드라이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김 장인은 40년 가까이 빛바랜 LP판 속 음악을 되살려 왔다.

오래된 LP를 되살리는 음향 장인의 하루


그는 말한다. “음악은 소리로 기억되는 추억이죠. 그 소리를 되찾아주는 게 제 일입니다.”

 

장인의 하루는 먼지를 걷어내는 첫 손길에서 시작된다

LP판 복원의 첫 단계는 표면 세척이다. 세월이 쌓인 먼지와 곰팡이는 소리를 탁하게 만들고, 바늘이 튀게 한다. 김 장인은 손바닥보다 작은 부드러운 붓으로 홈 사이사이 먼지를 털어낸 뒤, 특수 제작된 세척액으로 표면을 닦는다.
그는 한 번, 1970년대 발매된 희귀 재즈 음반을 맡았다. 표면은 먼지와 흠집으로 가득했고, 몇몇 부분은 심하게 긁혀 있었다. 김 장인은 세 번에 걸쳐 세척을 반복하고, 미세한 흠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홈을 정밀하게 손질했다. 세척 후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온 첫 음은 의뢰인의 눈물을 불러냈다.

 

소리를 복원하는 기술을 담는 장인의 하루

LP판은 단순히 표면을 닦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김 장인은 턴테이블과 카트리지, 앰프 세팅까지 조율하며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복원한다. 오래된 음반은 속도나 음정이 미세하게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정하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린다.
그는 클래식 음악 음반을 복원할 때는, 연주 당시의 홀 울림과 악기 배치를 참고하기 위해 같은 곡의 라이브 녹음을 비교 청취한다. “그 시대의 녹음 환경을 이해해야, 그 시대의 소리를 되살릴 수 있어요.”

 

장인의 하루엔 음악과 함께 돌아온 시간이 있다

김 장인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고객이 복원된 음반을 듣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표정을 지을 때다. 50대 한 남성은 대학 시절 연인과 함께 들었던 팝송 LP를 복원해 달라고 의뢰했다. 복원이 끝난 날, 그는 턴테이블 앞에서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때의 공기와 냄새까지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이처럼 LP 복원은 단순히 소리를 되찾는 일이 아니라, 잊힌 감정을 깨우는 작업이다.

 

장인의 하루 오늘도 바늘은 돌아간다

김세환 장인의 하루는 언제나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리는 순간 완성된다. 그는 한 장의 음반을 복원하는 데 이틀에서 사흘을 투자한다. 상업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한 장의 LP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는 돈으로 살 수 없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소리는 다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오래된 음악은 또 다른 세대의 추억이 된다.


서울 낙원상가, 오래된 LP판 속 음악을 되살리는 김세환 장인의 하루. 아날로그 소리 복원 기술과 감동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