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찢어진 가죽 가방을 되살리는 가죽 수선 장인

goomio1 2025. 8. 12. 07:09

서울 성수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가죽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작은 작업실이 있다. 창문 너머로는 오래된 재봉틀, 색이 바랜 가죽 조각들, 다양한 색의 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의 주인장 박하준(가명, 52세) 장인은 25년째 찢어지고 낡은 가죽 가방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물건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추억까지 복원해야 하는 소중한 사명이다.
그는 말한다. “가죽은 오래될수록 멋이 납니다. 조금만 보살피면 다시 젊어질 수 있죠.”

 

찢어진 가죽 가방을 되살리는 수선 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그는 가죽의 상처를 읽는다

가죽 수선의 첫 단계는 상태 진단이다. 박 장인은 고객이 가져온 가방을 손으로 만져보며 가죽의 결, 두께, 유연성을 살핀다. 표면의 균열, 변색, 찢김 정도에 따라 다른 복원 방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 20년 동안 매일 사용한 명품 서류가방을 맡았다. 손잡이는 끊어지고 모서리는 심하게 닳아 있었다. 박 장인은 먼저 가죽에 충분한 보습을 주어 유연성을 되살린 뒤, 찢어진 부분을 같은 질감의 가죽으로 덧대고, 모서리를 재가공했다. 2주 후, 가방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견뎌낸 ‘고급 빈티지’처럼 다시 태어났다.

 

바느질로 이어지는 시간들이 모여 장인의 하루로 완성된다

가죽 수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느질이다. 기존의 스티치 패턴과 완벽히 일치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는 고객이 가져온 가방의 원래 실 굵기, 색, 스티치 간격을 맞추기 위해 직접 실을 염색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단종된 색상의 실을 구하기 위해 해외에서 빈티지 실을 구매한다. 이렇게 맞춘 스티치는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물건과 주인의 시간을 이어주는 실선이 된다.

 

수선 이상의 가치를 담는 장인의 하루

박 장인은 수선을 마친 가방을 건네줄 때마다 같은 말을 한다. “이제 다시 오래 쓰세요.” 그는 가죽을 고치는 일을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고객에게는 그 가방이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으로 산 기념품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준 선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 해외에서 유학 중이던 딸이 어머니에게 선물한 가방을 복원한 적이 있다. 가방을 받은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가방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이에요.”

 

장인의 하루는 다시 고객의 어깨 위에서 완성된다

수선된 가방이 다시 고객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 순간, 박 장인의 하루는 완성된다. 가방이 다시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고, 여행 가방 속에 담기는 순간까지 그는 상상한다.
그는 오늘도 재봉틀 옆에서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바늘을 움직인다. 더 많은 의뢰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는 하루에 많아야 두세 개의 작업만 한다. “물건이 아니라 추억을 고치는 거니까, 서두를 수 없어요.”


서울 성수동, 찢어진 가죽 가방을 되살리는 박하준 장인의 하루. 가죽 속 시간과 추억을 복원하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