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부채를 복원하는 한지 공예 장인

goomio1 2025. 8. 9. 07:36

한여름 무더위 속, 부드럽게 부치는 전통 부채의 바람은 다른 어떤 선풍기보다 시원하다. 그러나 그 부채가 50년 넘은 것이라면, 그 가치는 단순한 시원함을 넘어선다. 전북 전주의 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한지 공방에서 이도현(가명, 60세) 장인은 전통 부채를 복원하며 전통의 바람을 이어간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부채는 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손의 기억을 지워서는 안 돼요.”

 

전통 부채를 복원하는 한지 장인의 하루
ㅓㄴ

찢어진 한지를 살리는 손길이 묻어 있는 장인의 하루

전통 부채는 한지와 대나무가 주재료다. 오래된 부채는 한지가 갈라지고, 접힌 부분이 찢어지기 쉽다. 이 장인은 수십 종의 한지 중 원래 부채와 비슷한 질감을 찾아낸 뒤, 천연 풀로 조심스럽게 이어 붙인다.

그는 한 번에 한 장씩, 부챗살에 한지를 덧붙인다. 특히 채색된 부채는 색을 맞추는 과정이 까다롭다. 이를 위해 전통 안료를 직접 갈아 사용한다.

 

장인의 하루 바람을 다시 품는 대나무가 있다

부챗살이 휘거나 부러졌을 경우, 그는 대나무를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원래 형태를 되살린다. 이는 최소 3일이 걸린다.

한 번은, 조부모 결혼기념일에 쓰였던 부채 복원 의뢰가 들어왔다. 대나무 살 3개가 부러진 상태였지만, 그는 똑같은 나이테를 가진 대나무를 찾아 동일한 굵기로 가공해 연결했다.

 

단순한 수리가 아닌 문화의 복원하는 장인의 하루

이 장인에게 부채 복원은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문화재를 잇는 일이다. 특히 부채에 새겨진 문양과 서예 글씨는 그대로 보존한다. “글씨의 농담까지 복원하려면 손과 눈이 모두 예민해야 해요.”

 

장인의 하루 오늘도 부는 바람에 부채를 펼친다

이도현 장인은 매일 작업대 앞에서 한지를 자르고, 부챗살을 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완성된 부채를 펼칠 때 부는 바람에 그는 늘 뿌듯함을 느낀다.

“이 부채는 다시 50년을 더 버틸 거예요.” 그의 하루는 전통의 바람을 오늘에 이어주는 시간이다.


전북 전주, 전통 부채를 복원하는 한지 공예 장인 이도현의 하루. 찢어진 한지를 살리고, 바람을 되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