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지붕 아래를 올려다보면 형형색색의 무늬가 있다. 단청(丹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불교의 철학과 시대의 색감을 담은 전통 예술이다. 강원도 평창의 한 사찰 복원 작업 현장에서 이태영(가명, 57세) 장인은 수십 년째 전통 단청을 손으로 복원해 온 채색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말한다. “단청은 색으로 기도하는 거예요. 손이 흐트러지면 마음도 흐트러져요.”
단청의 곡선에 마음을 담는 장인의 하루
단청은 붓끝의 속도, 손목의 각도, 선의 굵기까지 정해져 있다. 이태영 장인은 단청을 시작하기 전, 붓을 손에 쥐고 한참을 머문다. 그날의 온도, 습도, 빛을 느끼며 색을 조율한다.
최근 작업한 평창 법흥사 대웅전 복원 프로젝트에서는, 1920년대의 단청 문양을 그대로 살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문양을 뜨고, 천연 안료를 배합해 색을 복원했으며, 붓은 20년 넘게 사용해 온 전통붓을 그대로 사용했다.
장인의 하루엔 기계로는 그릴 수 없는 붓의 감각이 있다
요즘 단청을 인쇄물이나 스티커로 대체하는 곳도 있지만, 이 장인은 그 방식을 강하게 반대한다. “사람 손으로 그린 선은 완벽하지 않아도 따뜻하죠.” 그는 붓 하나로 몇 mm의 곡선을 수십 번 반복해 낸다.
특히 단청의 반복무늬는 단순해 보이지만, 흐트러지면 전체 벽면의 리듬이 깨진다. 그의 손끝은 늘 일정한 힘과 속도로 움직이며 벽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색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작업인 장인의 하루
단청 복원은 채색만이 아니라 ‘역사 해석’이기도 하다. 이 장인은 옛 문헌과 채색도를 참고해, 사찰마다 쓰인 문양과 색상의 이유까지 연구한다.
그는 전통 안료를 직접 갈아 쓰며, 천연 접착제를 섞어 색의 생명력을 높인다. 단청의 빨강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사찰의 보호색이고, 파랑은 지혜를 상징한다. 그런 의미를 살리기 위해 그는 하루에 2㎡ 이상 작업하지 않는다.
색이 벽에 머물고, 마음에 스며드는 장인의 하루
이태영 장인의 작업대에는 붓과 안료, 옛 문양 스케치가 놓여 있다. 그는 오늘도 발판을 오르내리며 천천히 선을 긋고 색을 칠한다.
“이걸 100년 뒤 누군가가 또 복원하겠죠. 그때도 제 붓 자국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해 주면 좋겠어요.” 그의 하루는 그렇게 전통의 색을 한 선 한 선 남기는 시간이다.
강원도 평창, 전통 사찰 단청을 복원하는 장인이 있다. 붓 하나로 색의 전통을 이어가는 이태영 장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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