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녹슨 자전거를 새 생명으로 바꾸는 수리 장인

goomio1 2025. 8. 5. 08:53

누군가의 창고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오래된 자전거는, 한때 동네를 달리며 많은 추억을 남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골목, 눈에 띄지 않는 낡은 간판 아래 자리한 작은 수리점에는 김정한(가명, 58세) 장인이 있다. 그는 30년 넘게 자전거를 수리하고 복원해 온 동네 자전거 장인으로, 특히 오래된 자전거를 새것처럼 되살리는 복원 기술로 소문이 나 있다.

녹슨 자전거에 새 생명을 입히는 장인의 하루

김 장인은 말한다. “자전거는 사람의 습관을 기억해요. 손잡이 닳은 방향, 브레이크 힘, 안장 각도까지. 그걸 되살리는 게 내 일이죠.”

 

장인의 하루 자전거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탄다’

김정한 장인이 마주하는 자전거는 단순한 고장품이 아니다. 대부분은 버려질 뻔한 오래된 물건들이다. 녹슨 체인, 터진 타이어, 휘어진 휠까지. 그는 자전거를 만지기 전에 먼저 그 사연부터 듣는다.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70대 할아버지가 손녀와 함께 찾아온 날이었다. 그는 1980년대에 직접 타던 국산 로드바이크를 복원해 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장인은 프레임 녹 제거부터 부품 교체, 바퀴 재정렬까지 섬세히 작업했다. 완성된 자전거를 본 할아버지는 말없이 안장을 쓰다듬었다.

 

공장에서 못 만드는 손의 감각이 있는 장인의 하루

요즘 자전거는 대량 생산되고 쉽게 교체되지만, 옛 자전거는 구조도 복잡하고 부품도 단종된 경우가 많다. 김 장인은 필요한 부품을 해외나 폐자전거에서 직접 구하거나, 아예 가공해서 만들기도 한다.

“기어 하나, 브레이크 케이블 하나도 맞는 감각이 있어요. 손으로 힘을 조절하면서 교체해야 진짜 제 기능을 해요.” 특히 그는 오래된 자전거 특유의 프레임 진동과 핸들 밸런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복원하는 데 뛰어나다.

 

장인의 하루, 고물이라 부르던 자전거에 생명을 다시 입히다

김 장인은 자전거를 수리할 때 단 한 가지 원칙을 지킨다. '기억의 형태는 바꾸지 않는다'. 페인트칠을 새로 하더라도,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원래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남긴다.

자주 찾는 고객 중 한 사람은, 매년 봄마다 낡은 자전거를 하나씩 가져와 복원을 맡긴다.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봉사자다. 김 장인은 그 고객을 위해 손 수리를 고사하고 부품을 직접 수리해 제공하고 있다. “이 자전거, 또 누가 타겠지”라는 말이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바람을 넣고, 시간을 달리는 장인의 하루

작업장 한쪽엔 아직 손보지 못한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품은 정리돼 있고, 공구는 제자리에 놓여 있다. 김정한 장인은 오늘도 체인을 닦고, 바람을 넣고, 브레이크를 조율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전거가 굴러가는 순간, 그 사람의 추억도 함께 굴러가요.” 그의 하루는 단순히 바퀴를 고치는 시간이 아니라, 오래된 추억이 다시 달릴 수 있도록 손을 보태는 시간이다.


경기도 부천, 녹슨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장인이 있다. 오래된 바퀴를 다시 굴리는 김정한 장인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