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반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가구였다. 아침마다 밥상을 차리고, 제사에는 조상을 모시던 그 소박한 나무 상. 하지만 그 속에는 장인의 기술과 철학이 숨어 있었다. 소반은 단순히 밥을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전남 나주의 작은 작업실에서 만난 박철수(가명) 장인은 50년 넘게 소반과 전통 가구를 만들어온 장인이다. 그의 하루는 나무 냄새와 톱밥 속에서 흘러가지만, 그가 빚어내는 가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손끝의 조화로 이어진다
소반은 주로 소나무나 오동나무로 만든다. 나무를 고르는 눈썰미부터가 중요하다. 박 장인은 나뭇결의 방향, 나이테의 모양까지 고려해 어떤 부분을 어디에 쓸지 결정한다.
그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 기법으로 가구를 만든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맞물리며 견고해진다. 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수백 년을 버티는 힘을 가진다.
소반의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장인의 하루
소반은 단순한 밥상이 아니었다. 혼례 때 신랑이 신부에게 첫 밥상을 차리는 것도 소반 위였고, 조상의 제사상도 소반 위에 올랐다. 소반은 가정과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또한 소반은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를 가졌다. 해남반, 나주반, 통영반 등은 각각의 지역적 특성과 미학을 담고 있다.
장인의 하루는 현대 인테리어와의 만남으로 성장한다
오늘날 소반은 단순히 밥상이 아니라, 현대 인테리어에서 테이블이나 장식으로 활용된다. 북유럽의 미니멀리즘과도 닮아, 해외에서는 ‘코리안 미니멀 테이블’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박 장인은 해외 전시에서 소반을 선보이며 “전통 가구가 현대 디자인과 어우러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심지어 유명 북유럽 디자이너와 협업해 소반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하기도 했다.
계승과 미래를 고민하는 장인의 하루
가구 산업이 대량 생산 체제로 변하면서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전통 가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박 장인은 여전히 소반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제자들에게 “가구는 사람과 함께 늙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과 결이 깊어지는 전통 가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박철수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의 대화로 채워진다. 그의 소반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담은 생활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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