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하루

장인의 하루 동네 숨은 고수 인터뷰 중 전통 북 장인 – 종묘제례악에서 K-팝까지, 울림을 만드는 손길

goomio1 2025. 9. 23. 07:36

북은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다. 단순히 가죽을 씌운 나무통이지만, 그 울림은 인간의 심장을 닮아 원초적인 공명을 만들어낸다. 한국 전통 음악에서 북은 중요한 자리였다. 종묘제례악의 장중한 울림, 농악에서 흥을 돋우는 북소리, 그리고 판소리에서 고수의 추임새와 함께하는 북장단까지. 그러나 이 북을 만드는 장인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공방에서 만난 최성호(가명) 장인은 45년간 북을 만들어온 장인이다. 그는 나무와 소가죽을 다루며, 단순한 악기를 넘어 한국 음악의 심장을 만들어왔다. 그의 하루는 북소리와 함께 흘러간다.

 

종묘제례악인 전통 북 장인의 하루

나무와 가죽, 재료의 선택으로 시작되는 장인의 하루

전통 북은 나무통과 가죽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먼저 나무를 고른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오동나무가 주로 쓰인다. 나무를 속이 비도록 깎아내어 통을 만들고, 여기에 소가죽을 씌운다. 가죽은 두께와 질감에 따라 울림이 다르다.

가죽을 씌우는 과정은 특히 섬세하다. 너무 느슨하면 소리가 퍼지고, 너무 팽팽하면 금세 찢어진다. 그는 날씨와 습도까지 고려하며 가죽을 당겨 묶는다. 북이 완성되면 시험 연주를 통해 울림을 확인한다. “좋은 북은 한 번 치면 땅까지 울립니다.”

 

장인의 하루는 음악 속에서 살아 있는 북소리이다

한국 음악에서 북은 단순한 리듬 악기가 아니다. 종묘제례악에서 북은 장엄함을, 판소리에서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농악에서는 공동체의 흥을 이끌었다. 최 장인은 “북은 사람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악기”라 말한다.

그는 판소리 명창들과 함께 작업하며 북을 맞춤 제작하기도 한다. 명창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울림을 찾기 위해 수십 번의 조정을 거친다. 그래서 그의 북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가수와 함께 호흡하는 동반자다.

 

세계 무대에서의 북을 생각하는 장인의 하루

오늘날 한국의 북은 국악 무대를 넘어 세계 음악과도 만난다. K-팝 공연에서 북소리를 활용한 무대 연출이 늘고 있으며, 해외 오케스트라에서도 한국 전통 북을 찾는 경우가 있다. 최 장인은 “한국 북은 서양 드럼과 다르게, 울림이 깊고 여운이 길다”며 세계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그는 실제로 유럽과 미국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해 북을 전시하고 공연한 적이 있다. 관객들은 북소리를 듣고 “심장을 울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장인의 하루는 전통의 계승과 미래로 이어진다

문제는 북 제작이 힘든 수공예라는 점이다. 나무를 다듬고, 가죽을 씌우고, 조율하는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진다. 후계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러나 그는 북이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한국의 심장을 이어온 문화라 믿는다. 그래서 그는 젊은 제자들과 함께 북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는 말한다. “북을 만드는 건 힘든 일이지만, 북소리를 들으면 모든 고생이 사라집니다. 그 울림이 곧 제 삶의 이유입니다.”

 

마무리

최성호 장인의 하루는 나무와 가죽, 그리고 울림으로 채워진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북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울리는 한국 음악의 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