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유행에 민감하지만, 금속은 그렇지 않다. 오래된 그릇은 변색되고 광을 잃지만, 본래의 빛은 여전히 그 안에 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한 허름한 철물점 안, 깊숙한 공간에 금속을 닦는 장인의 손이 있다. 이창규(가명, 68세) 씨는 40년간 놋그릇, 은기, 스테인리스 식기 등을 복원해 온 금속 세공 장인이다.
이 장인은 말한다. “금속은 죽지 않아요. 닦고 다듬으면, 다시 반짝이죠. 사람 기억도 그래요.”
광을 잃은 식기에 남아 있는 기억을 담는 장인의 하루
그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녹슨 놋그릇이나 검게 변한 은 접시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버리려다 마지막으로 찾아온다. 그는 금속의 종류를 파악한 후 손에 맞는 도구를 골라 연마를 시작한다.
기억에 남는 작업은 한 60대 여성이 가져온 은수저 세트였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주신 것인데, 너무 낡아버려서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광을 복원하되 깊은 흠집은 일부러 남겼다. “이건 흠집이 아니라 시간이에요.” 완성된 수저를 본 여성은 울먹이며 “아버지가 밥 먹자고 부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인의 하루 금속은 기술보다 손이 먼저 기억한다
금속 광내기에는 정밀한 압력과 균일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창규 장인은 전동 연마기 대신 손 연마를 고집한다. 사포, 광약, 나무 천 등 도구는 단순하지만 그 손길은 섬세하다.
“기계는 빠르지만 과해요. 사람 손은 조절이 돼요.” 그는 금속의 재질마다 광내는 시간과 세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은기는 열과 마찰에 민감해 천연 밀랍 광약으로 마감해야 오래 간다.
닳아 없어지지 않는 시간의 무게가 있는 장인의 하루
사람은 오래되면 늙지만, 금속은 오래되면 깊어진다. 공방의 한쪽에는 수십 년 전 그릇들이 복원돼 전시돼 있다. 식기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고, 그 속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말한다. “빛나던 게 흐려졌다고 끝이 아니에요. 닦으면 다시 반짝여요. 사람 마음도 그렇잖아요.” 그는 광을 내며 사람의 기억까지 어루만진다.
장인의 하루는 식탁 위로 다시 돌아온 반짝임이 있다
복원된 식기는 다시 밥상 위로 올라간다. 그 안에 담긴 건 음식뿐 아니라 정성과 시간이다. 이창규 장인은 오늘도 사포를 들고, 묵은 얼룩과 기름때를 하나하나 지워낸다.
“누군가 오래 쓰던 그릇이 다시 쓰이게 되는 것, 그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죠.” 그의 하루는 그렇게 닳았던 물건에 다시 빛을 입히는 시간이다.
서울 중랑구, 오래된 금속 식기를 복원하는 장인이 있다. 닳고 변색된 식기에 다시 빛을 입히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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